우리가 보낸 순간 :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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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의 마음으로 읽은 시

소설가 김연수가 주목한 문장들이라고 한다. 우선 김연수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으로 그가 어떤 작품의 세계를 추구하는지 동시대를 살아가며 무엇에 주목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작품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와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등으로 이미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이가 시를 쓰는 이의 작품 속에서 주목하는 문장들이라는 것은 어쩌면 글을 통해 공감하는 한 명의 독자의 시각일 수 있으며 나아가 같은 글쟁이들로 다른 이의 감성을 보듬는 일이 아닐까도 싶다. 김연수의 이 책 우리가 보낸 순간은 시와 소설 속에서 간추린 문장에 대한 독자 김연수의 감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에 대한 김연수의 소설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책 중 이 책은 시에 대란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소설을 쓰는 작가 김연수가 이 책에서 주목한 시로는 100여명에 이르는 시인들의 시를 담았다. 그의 이야기는 읽은 시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닿을 듯 말 듯 시와 자신의 감정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특정한 시를 읽는다고 그 시에서 제시한 문장의 감정에 제한받지 않은 것이 사람들의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또한 무용한 시 읽기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현실적으로 보면 아무것에도 쓸모없는 시 읽기와 같은 것을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엉뚱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해서가 아닐까도 싶다. 김연수처럼 시를 통해 사랑했던 날들, 어릴 적 추억,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순간'을 담아내듯 우리들 역시 지난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사랑에 대한 회한을 떠 올릴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시를 읽는 동안 공유되는 자신의 감정에 몰두하며 될 것이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는 김연수의 이야기는 무용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필요한 것, 해야하는 것에 이끌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용을 기피해야할 대상이다. 하지만, 이 무용이 없다면 자신의 깊은 내면을 어떻게 들여다보며 만날 수 있을까? ‘무용한 것이 주는 진정성에 주목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나아가는 첫발이 아닌가도 싶다.

 

문학은 작가의 고독한 열정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지만 나아가 독자와 교감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장편 소설 속에서도 자신의 감성을 울리는 문장 하나를 만난다는 것이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정제된 짧은 시 속에서 무수히 많은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기에 문장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이쿠와 같은 지극히 짧은 시에서도 무한한 감동을 얻는 것은 이와 다름 아닐 것이다.

 

날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을 시로 채워가는 것이 아닐까? 시를 쓰는 이들이 자신만의 정제된 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만나는 계기로 시를 읽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는 이 문장에서 삶에 사랑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슴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김연수의 마음 또한 아름다운 문장 그것과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작가 김연수의 작품으로 이 가을을 수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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