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간의 감정에 담긴 성찰

현대 사람들이 지난 역사를 살아온 사람보다 좋은 조건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를 만나는 것 이것은 다양한 사회적 조건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애써 모른체하도록 강요받은 사회하고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행복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인들의 일면을 보면 순간순간 감정표현에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분명 예전과는 달라진 면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갈 것으로 본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문학의 근본이 아닐까도 싶다. 특히, 시라고 하는 문학의 장르는 자신이 세상과 스스로를 감정에 가장 솔직하면서도 시인만의 제한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 출발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충실함에 있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 시들은 나라마다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며 지속되어왔다.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나 일본의 하이쿠들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 시조는 34조의 음수율을 가지고 36, 45자 이내의 형식이라면 일본의 하이쿠는 5.7.517자 이내로 쓰여 진다. 이런 일본의 하이쿠에 주목하여 이를 연구하고 국내에 소개한 사람이 류시화 시인이다. 류시화는 한 줄도 너무 길다로 하이쿠를 소개하여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왔다. 이 하이쿠는 일본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하이쿠를 연구하고 시를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하이쿠'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세계이다.

 

류시화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하이쿠의 원류인 일본의 대표적 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각각의 하이쿠마다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류시화의 해설에 의하면 하이쿠는 제한된 17자로 자신의 느낌을 담고 있는 하이쿠를 제대로 읽으려면 5.7.5로 음수를 맞추는 것, 중간에 끊는 말을 넣는 것, 계절을 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라는 점에서 민족적 감정으로 인해 하이쿠에 대한 선입감이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더라도 하이쿠라는 시가 담고 있는 자기 성찰적 요소를 비롯하여 번듯이는 직관성을 불러오는 하이쿠의 장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때론 선시를 읽는 것처럼 모호함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전후 사정을 고민하게끔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것이 하이쿠라 한다면 이를 제대로 읽는 것 역시 읽는 순간 함께하는 느낌에 충실한 것은 아닐까? ‘~ 그렇구나하는 그 느낌을 충실하게 받아들인다면 하이쿠가 존재하는 실체에 근접한 것이라고 본다. 류시화의 친절한 해설은 하이쿠를 이해하는 동시에 하이쿠의 시인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인들의 삶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시는 그 삶을 이해할 때 시인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새롭게 느끼는 감정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살아가며 삶에 지키거나 힘들어질 때 가까이 두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