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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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과 교감하는 순간이 담긴 사진가의 이야기

순간을 담아 마음을 움직였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 어쩜 사진은 그렇게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인지 모른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사진을 찍는다. 휴대폰이라는 전화기에 사진을 찍는 기능이 결합되면서 따로 카메라 휴대하지 않더라도 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사진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으며 사진가의 사진에도 더 흥미롭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걷기를 싫어했던 사진가가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가 걷기의 매력에 빠져 세계 각국 걷는 길을 빼놓지 않고 걸어가며 마음에 담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고 그 사진과 함께했던 여정의 기록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바로 걷다 보면이 그 책이다.

 

길 위의 사진가김진석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걷기로 보인다. 길 위에선 여행자가 느끼게 만드는 다양한 감정의 출발점은 걷기다. 걷는 동안은 길 위의 여행자가 자연과 여행자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이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자기성찰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가의 여행기지만 사진보다는 글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가의 사진이기에 사진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하게 다가온다. 대부분 길 위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고 그 중에서도 얼굴표정이 으뜸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만국공통어로 길 위의 사람들을 길 위에선 동료로 묶어주는 매개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사진만으로도 자신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걷기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는다. 그리고 기쁨이 뒤따라올 때까지 다시 시작한다."

 

이브 파칼레의 말이라고 한다.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을 것이다. “36일 간의 여정, 800km가 넘는 거리, 6만 장이 넘는 사진들, 2천 명이 넘는 순례자들, 324시간의 걷기, 144백만 보의 발걸음으로 이 책의 중심 내용이 되는 산티아고 순례자 길을 나타내는 김진석의 이야기 속에는 걷거나 멈출 때 비로소 내게 오는 것들을 맞이할 수 있으며 대상과 자신이 하나 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가 김진석의 책을 오독해 본다. 환한 미소가 주는 얼굴의 사진에 담고 싶었던 사진가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걷기에 주목한다면 스스로도 이야기했듯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의 얼굴이나 걷는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어땠을까? 지치고 힘든 과정을 이겨냈기에 웃는 얼굴이 더 행복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걷는 동안 어쩌면 짧지 않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숫자만큼 자신을 돌아봤을 것이다. 그 마음 깊어졌으리라. 그 길을 걸었던 김진석은 행복한 삶의 주인공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등 떠미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깐의 산책도 버거운 현실을 살고 있다. 아니 현실에 밀려 짧은 시간 걷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꼭 40여일이나 시간을 내서 걸어야 할까? 자연을 포함한 대상과 교감하고 느 순간을 담는 것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시간 또한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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