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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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복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온다

별 따라 가신 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는 눈물과 친구하나 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눈물 마를 날이 없는 듯싶다. 낮이야 평생 하던 일로 잊기도 하겠지만 홀로 있는 집 안에서는 눈 가는 곳마다 아버지와의 함께 보낸 시간이 머물고 있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모처럼 시간을 내 엄마를 보려 가면 그 눈물로 인해 멍한 가슴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가 더디다. 앞으로도 수많은 날을 그렇게 보내다 어느 순간 눈물마저 마른 날이 오면 그때는 어떨까? 엄마는 아직 보내지 아버지를 보내지 못한 것이다. 아직은 기운이 있어 농사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사람관계에서 창창한 그 기운이 발휘된다. 그 기운이 발휘되는 주요대상은 며느리다.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난 어쩔 수 없는 벙어리가 되고 만다. 그렇게 이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말이다. 이런 일이 어찌 나 만의 문제일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누구나 당면한 문제이지만 누구도 그 해답을 실천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이러한 문제를 남다른 방법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김용택의 부인 이은영과 어머니 박덕성의 경우가 그렇다. 억척스럽게 가정을 일궈오고 자식들을 키워 가정을 일구도록 온 마음을 다 쓰신 어머니는 나이 들어 몸의 기운이 떨어져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마음도 어느 사이 자식들에게 의지하게 된 상황이 각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 현실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의 여부에 따라 남은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그 사례를 김용택의 부인과 어머니를 통해 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 병원을 집삼아 살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간병해야 하는 며느리는 둘 사이 벌어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으로 며느리는 어머니에게 바느질과 글쓰기를 제안한다. 망설임을 넘어서 하나 둘 바느질을 통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가는 어머니는 바느질보다 더 어색한 글쓰기를 통해 지난 삶 속에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한스러운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이는 어머니에게만 해당한 사항이 아니다. 며느리 역시 마음속 부담감을 글쓰기를 통해 공감하며 지난 흘러간 시간 속에 묻어 두었던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해 간다.

 

며느리 이은영의 글에는 솔직함이 돋보이며 독자의 공감을 불러오는 무기로 작용한다. 나이 들면 어머니나 며느리라는 규정 보다는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면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이 둘 사이의 변화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을 때 공존이 가능하며 자신의 삶 또한 빛날 수 있는 것임을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김용택의 고백처럼 그동안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아들이자 남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러 모른 척 한 것도 있겠지만 어머니와 아내가 남편인 자신에게 한마디도 안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책임이 면햐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들이며 남편인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이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분명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 방법을 실천한다면 또 다른 해결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닫혔던 마음이 열리니 함께하는 현재가 그리고 다가올 미래가 예전과는 분명 다른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절대다수가 노년층에 이르는 인구구조에서 노후대책이나 노인문제는 노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년층과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의 여부에 의해 가정의 행복을 담보하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데 할까? 지금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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