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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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주체로 전환을 꿈꾼다

어떤 정경이나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 풍경이다. 이러한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으로는 인식하는 주체와 대상이 있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이면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풍경이 전해주는 이미지는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시각으로 풍경을 인식해야 하는가에 따라 풍경에 속해 그 존재를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풍경과는 유리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의 일부이지만 달리 바라보면 풍경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인이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삶도 이러한 풍경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여, 풍경의 구성요인이자 주체인 우리들이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풍경으로 대입한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풍경들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풍경들이 모여 세상을 구성하지만 그러한 풍경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기준이며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범신 작가의 새로운 작품인 소소한 풍경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모습에 주목하여 우리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작가가 주목한 사람들의 한 모습은 사랑에 있다. 독특한 사랑의 한 모습을 그렸던 은교이후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담은 소소한 풍경은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에 벌어졌던 삶의 단면을 그려가고 있다.

 

소소한 풍경은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이며 대학교수와 그 대학의 대학생이었던 여자, 그 여자와 다른 두 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신하는 남자1, , , 등으로 기호화 한다. 마치 풍경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나열하는 듯하다. 남자1, , , 으로 이름 붙여진 요소들이 화자인 이 남자1과 결혼 후 1년 만에 이혼하고 돌아온 고향집에서 혼자 살아가다 자신의 집에 들어온 남자 과 여자과 사이에 벌어졌던 일상을 그려간다. 남자와 두 여자 이렇게 셋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있다. 정확히는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이 셋이 서로를 사랑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와 그리고 셋이서 함께 사랑한다. 삼각관계인 듯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 집에서 두 여자와 한 남자 사이에 서로가 삶에서 치유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서로 보듬고 다독여 간다. 하지만, 이 세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시각에서 출발하기에 풍경을 구성하는 요인들로 볼 수 있다.

 

혼자 사니 참 좋아에서 둘이 사니 더 좋아로 이어 셋이 사니 진짜 좋아로 이어지는 풍경의 변화는 화자 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 , 모두에게 해당하며 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각기 요소로 돌아간다. ‘정좌(正座) 풍경’, 풍경이 멈춰선 모습일 수는 없다. 늘 움직이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간다. 등장하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겪어온 삶의 여정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은교에 이은 사랑이야기라고 하지만 독자인 내가 주목하는 점은 풍경에 있다. 삶의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에 사랑 또한 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신을 소멸해가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가면서도 주인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로만 존재할 때 소소한 풍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형성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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