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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그의 시대 ㅣ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위민(爲民)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
2014년 6월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강남에서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하며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 시점에서 강남하면 부자이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곳으로 대표된다. 이 후보자는 결국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부자들을 생각한다는 말일 것이다. 1000만이 넘는 서울 인구 중 강남에 사는 부자는 몇 퍼센트나 될까? 그 후보는 대다수 시민을 위한 시 행정이 아니라 바로 부자들을 위한 시 행정을 펼치겠다는 말로 들리니 다수 득표를 얻겠다는 꿈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정치는 결국 현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그 현실인식에 대다수 국민들을 배재하고 특정한 세력에 초점을 맞추어 출발한다면 그 정치가의 정치생명은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정치인들이 대다수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정파나 사적인 이해요구에 주목하며 법과 제도를 바꾸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정치인에게 표를 주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방으로 생각을 달리 해봐도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도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고려 500년 가까운 역사를 뒤집고 새로운 왕조 조선을 개창한 사람으로 이야기되는 정도전의 정치철학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사의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서술 방식으로 역사서 서술의 새장을 연 역사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이덕일의 역사특강 첫 번째인 ‘정도전과 그의 시대’를 통해 그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도전이 활동했던 고려 말의 정치적 상황은 중국대륙에서는 원과 명의 정권교체시기였고 일본 왜구들의 침략으로 시끄러웠으며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백성들의 삶을 뿌리채 흔들리며 있었다. 이러한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개혁해야할 정치세력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는데 몰두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 배경이 되는 것이다. 오랜 유배로 중앙에 정치적 배경도 미약한 정도전이 변방출신으로 전쟁을 통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군권의 강자 이성계를 만나 망해가는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개창하고자 하는 배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도전의 혁명사상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이덕일은 정도전의‘토지제도의 개혁’에 주목한다. 토지제도는 당시 백성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핵심적인 문제로 이를 올바로 해결하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권문세족들의 물적 기반을 허물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명세력들의 물적 기반으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정도전의 주장인‘과전법’은 “국가에서 과전을 받은 벼슬아치는 관직 수행의 대가로 해당 과전 소출량의 10분의 1을 조로 걷고, 그렇게 받은 곡식 중 10분의 1을 국가에 세로 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제도를 말한다. 또한 정도전이 이러한 과전법을 주장할 수 있었던 사상적 배경으로 성리학을 들고 있다. 혁명의 추진세력들은 중소지주인 사대부들로써 “대토지 소유자인 형세호에 맞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성리학을 받아들여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의 개국과정에서 정도전을 비롯한 혁명세력들이 처음 출발할 때의 주장과는 달리 타협한 토지제도로 물러서긴 했으나 이것의 실행으로 백성들의 삶은 한결 나아졌다는 점이 혁명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혁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백성들의 위한” 정치에 있다. 백성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란 결국 정치세력들의 이해요구를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는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빼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현실의 혼란스러움에 좌절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정치 역시 그 앞날을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한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