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가슴에 새긴 그리움으로부터

더위가 기세를 올리는 유월이 시작되었다. 봄꽃들이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이젠 거의 다 익은 숲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유월의 숲 속은 아직은 여물지 않은 향기지만 봄꽃을 떠나보내느라 애쓴 사람들의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유월의 숲 향기처럼 어쩌면 설익은 것이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에 지쳐 자신을 포기할 정도인가 싶지만 어느 사이 그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은 그 그리움이 아직은 설익었다는 것이다. 마치 유월의 숲처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그리움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리움의 대상이나 그리움의 감정이 나타나는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그리움에 목을 맨다. 이 둘의 차이는 그리워하는 주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객으로 사는가에 의해 달라진다. 그리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의 경우는 십중팔구 그리움에 주인의 자리를 내주고 살아가는 객들이다.

 

이런 그리움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이 그리움에 대해 유독 유난을 떠는 시인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뻑 모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런 시인의 글에 기꺼이 좋아요를 누르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소통하는 책바치다. 시집도 없는 시인이면서 시인으로써 당당하다. 그 시인 림태주가 산문집을 발간했다. ‘이 미친 그리움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 림태주는 그리움에 대한 정의라는 글에서 그리움은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식들이라고 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의 어미라고 했다. 종이에든 동판에든 긁어 세기는 것은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단다.”로 유추하고 있다. 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둘 다 대상에 대한 부재와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규정짓는다. 이어서 곁에 있을 때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라며 그리움을 대하는 저자의 주인으로써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림태주의 그리움을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은 사람을 더욱 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힘으로 존재한다. 보통의 그리움이 주는 정서적 영향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림태주의 힘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 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라고는 정의가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미친 그리움에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 엄마, 아버지에 대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기본적인 감정의 단초를 이야기한다. 또한 살아가는 것이 버겁기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에게 삶이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의 직업인 책바치로써 책과 독자 그리고 책에 관한 림태주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요구하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 있다.

 

이 책 이 미친 그리움은 림태주 특유의 자심감이 넘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평소 그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출발하는지 알 수 있게 하며 그토록 강한 자신감이 괜한 너스레가 아님을 확인한다. 이 책을 기회로 저자 림태주는 더욱더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며 시인인 그의 시집을 기다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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