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 시인 박후기 산문사진집
박후기 지음 / 가쎄(GASSE)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거짓말일지라도 듣고 싶은 말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어 한다. 듣고 싶은 말이 비록 거짓말이라도 상관없이 마음의 위안이 된다면 말이다. 이런 종류의 소통은 주로 남자와 여자, 연인, 부부 사이에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정해진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듣는 말이 그것과 어긋날 경우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여 바로 응징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어긋나는 바람과 기대는 상대방과 나의 시각이나 마음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이 펼쳐지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사람과 사랑에 대한 잔잔한 속내를 담은 시인이 있다. 2006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박후기 시인이 그다. 이미 발간된 시인의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와 같은 제목의 사진산문집으로 다시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사진산문집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는 박후기 시인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자신의 감상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그 사진과 더불어 짧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글이 어우러진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에게 여행은 창작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는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찾은 이탈리아에서 내가 말하는 것과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다르듯, 내가 머무는 곳과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은 달랐다며 이탈리아라는 낯선 곳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그립다는 고백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그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그립다라는 것은 곧 대상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기에 그가 그리워하는 대상에 대한 흥미로움이 따라간다. 온통 사랑에 대한 고백이나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 또는 사랑 사이에서 좌절하고 애달픈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는 사람들의 속내를 잔잔한 언어로 그려가고 있다.

 

그는 왜 사랑을 이야기 할까? ‘뻔하지만 이게 나요, 이게 다라고 하면서 사랑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숭고한 것이 맞지만, 그것은 높고 우아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바닥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의 눈길은 사랑, 그 흔하고 볼품없는 것의 저린 이면을 응시한다. 누구나 갈망하지만 그 갈망의 정도가 깊을수록 더 절망과 가까워지는 것이 사랑이다. 이 사랑은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불쑥불쑥 찾아오지만 때론 당당하게 맞이하기 보다는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이 어쩌면 사람들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삶과 직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무례한 사람은 마치 허락 없이 남의 서랍을 뒤지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온통 어지럽게 뒤집어 놓곤 한다.//그런 당당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런 행동이 사랑의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로 뺨을 맞기도 한다./그런데도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울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우리는 누구인가?"

 

'사랑이라는 이유''울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우리는' 다른 두 제목에 내용은 같다. 제목을 앞에워 다시 읽으면 서로 통하는 듯 하지면서도 또 다른 감정이 놀고 있다. 시인 박후기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참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여행지만이 낯선 곳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익숙한 거리, 직장, 심지어 집에서도 우리는 낯선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가슴 한 켠 시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거짓말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