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 시간을 담다 -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글.사진 / 안그라픽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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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더불어 존재하는 세상살이에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조건에 얽매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여의치 않다. 하여 주변에서 그런 삼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꼭 한 분야에서 무엇을 이루어 성공한 사람만이 그렇게 부러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기회가 된다.

 

공명은 맞울림이다. 울림은 소리가 무엇에 부딪혀 되울려 나오는 현상으로 울림이 가능하려면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되겠지만 울림이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이러한 울림의 전재조건은 소통이 근간이어야 한다. 이 소통은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어야 되지만 부딪쳐 되돌아오는 경우 정 반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내 자신이 주목하는 것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맞울림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서 스스로 이러한 공명을 찾아내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미 성공의 대열에 선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 사진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구본창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사진이 현대예술로 자리 잡기 전에 사진을 매개로 한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갔던 사람으로 한국 사진예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 공명의 시간을 담다는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과 독일 유학생활을 거쳐 국내에 자리잡아나가는 과정과 세계 속에서 자신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된 사진으로 주목받는 사진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하여 사진 속에 담고 싶어 하는 궁극의 가치를 밝히고 있다. 사진가의 자기 고백적 성격이 강한 사진에세이다.

 

사진가 구본창은 유난히 내성적 성격으로 인해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로 선택한 것이 사진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대상을 사진으로 담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사진이 담아내는 과정에서 주목했던 대상의 변화와 그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 속에는 사진과 살아온 사진가가 살아온 시간의 삶의 기억이며 그가 추구한 삶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가 구본창이 주목하는 것은 공명이다. 그는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며 그 매 순간의 공명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가의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때의 공명은 잘 들리지 않는 떨림이나 사소한 일상이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들, 삶의 표면 아래 감춰진 아련한 상처들처럼 스쳐 지나기 쉬운 수많은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그에 공명하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본창의 작품들은 자신이 주목했던 대상들은 말 못하는 작은 새와 나비, 바다나 눈처럼 조용하지만 우리 주변을 강한 생명력으로 메우고 있는 자연, 비누나 빗자루같이 시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것들, 우리 전통의 탈과 백자등이다. 이러한 대상들과 조용히 공명할 수 있는 작품을 추구했으며 이는 내성적인 사진가의 성격과도 닮아 있다. 역동적인 움직임이나 격한 활동성 보다는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과 대화하는 것들이다. 사진가의 이러한 가치관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국내에서 때론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외국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 산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이 가능함을 체험한다.

 

대상과 공명하는 시간을 담아내고자 한 사진가의 시각은 예술가만의 시각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다.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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