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꼬레아
정준 지음 / 청동거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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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

우리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많은 상상을 한다. 혹시? 라는 가정을 전재로 한 역사의 해석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사 해석은 올바른 현실인 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기위해서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정통 역사서를 보는 것과 더불어 당시를 담고 있는 문화 예술분야의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단초로 한 역사소설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문학의 한 장르로 팩션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역사를 왜곡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에 대한 접근이 다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런 팩션은 조금은 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어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가 보는 것이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모자라 포로로 잡아갔다. 그 중에서 일본인들이 주목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었다.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당시 일본의 사정으로 노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장인들을 포로로 잡아가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경제적 부를 축적할 기회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일본 도자기 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인들을 빼앗긴 우리에게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버린 그들에 대한 기록이나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정준의 팩션 안토니오 꼬레아는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 버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갔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편적인 역사기록에서 찾아낸 몇 줄을 근거로 작가의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된 이 소설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탈리아까지 팔려간 노예,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드로잉화 한복 입은 남자의 주인공이 바로 안토니오 꼬레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식을 치르던 절 마당에서 이웃과 가족 그리고 신부까지 죽음을 당한 한 사내, 현민은 일본으로 끌려가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동료 몇몇과 함께 도망치다 다 죽고 혼자 살아남아 조선인 후예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살았다. 포로수용소에서 고용한 추격꾼들에게 다시 잡혀 노예로 팔려가다 풍랑을 만나 낯선 해안으로 떠밀려간 후 그곳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구서일생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검투사에서 경비병을 다시 기사로까지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그려가고 있다.

 

저자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고 보인다. 주인공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을 그려가는 도중에 다양한 나라들의 역사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당시 유럽 사회의 권력의 이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 역사를 보다 많은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배려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인공 현민 즉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과 차이점이 없이 비슷하게 처리되어 중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버렸다. 멜빌의 백경을 읽다보면 바다와 관련된 배, 고래 등에 대해 지루할 만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너무도 많은 역사해설을 하고 있어 이 작품이 소설인지 역사해설서인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유재란 당시와 현재에 대한 시점이 중간 중간에 혼란스럽게 등장하고 있어 당시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같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주인공에 집중하여 그의 삶의 여정을 꼼꼼하게 그려간다. ‘안토니오 꼬레아와 차이점이 이것이며 주인공의 삶이 돋보여 강인한 조선인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백번 양보해 저자의 노고를 인정한다면 팩션이라는 소설에서 16세기말 조선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이다. 조선인 포로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얻게 되는 불로소득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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