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 왕 34인의 내면을 통해 읽는 고려사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 그들도 사람이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의 도무지 알 수 없는 태도를 보며 그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말과 행동이 비교적 많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검증되는 시대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정도가 이 지경이라면 얼굴도 모르고 소식 또한 접할 수 없는 왕조시대에 왕에 대한 이해는 어떠했을지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왕이든 대통령이든 독립된 존재가 아닌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인 왕은 왕이라는 존재와 개인이라는 특성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역사를 기록한 각종 실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왕조사를 바라본 책이 평단문화사에서 발간한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이다. 이는 강현식에 의해 살림출판사에서 발간한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시각으로 고려시대 왕들을 살펴보고 있다. 고려의 태조 왕건으로부터 34대 공양왕까지 475년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34명의 왕들의 왕으로써의 존재적 특성과 개인적 성향을 비교분석하며 고려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기존 역사서들이 왕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으로 주목하여 왕들의 정치를 평가하는 것에 비해 이 책의 저자는 개인적 측면에 더 주목하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살피고 있다.

 

이처럼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은 왕도 한 명의 인간이기에 그들의 심리 상태는 역사를 움직인 동인(動因)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하여, 역사의 사회적 배경과 왕의 심리분석을 바탕으로 한 역사해석을 통해 시기를 구분하여 고려사를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주목되는 점은 나라를 건국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초기와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왕조의 마지막 시기를 지냈던 왕들에 대한 분석이다. 초기든 말기든 불안한 왕권은 왕들의 개인적 특성과 더불어 시대적 배경이 특히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왕들의 개인적 성향이 또한 주목받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왕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살피며 다양한 프리즘을 적용한다. 특히, 저자의 주관심사 중 하나인 심리, 문화 등의 지식을 배경으로 왕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시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종합적인 비교분석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적 시각은 남겨진 사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라고 본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고려왕조실록이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근거제시를 하고 있지 않아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에 너무 많고 심리적 측면의 분석이 앞선다는 측면도 올바른 역사이해와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심리역사서라는 새로운 분야도 그 근거의 제시는 분명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왕에 대한 이해를 왕 이전의 한 사람으로 그들의 인간적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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