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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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시대정신

작가에게 부여된 시대정신은 어떻게 발휘되어야 할까? 작가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것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지언정 그 작가를 있게 한 일상에서 영향 받아 살아가는 작가로써 의연 중에라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그려지는 작품은 천지차가 날 것이다. 한때 많은 작가들이 가진 자와 대척점에 서 있었던 사람들에 주목하여 그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소통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한다. 한때, 주목했던 그들에게는 달라진 것이 있을까? 달라진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입고 먹고 다니는 것과 같은 보이는 모습은 달라졌다. 하지만, 삶의 본질을 이루는 부분에선 그다지 변화를 발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변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 대다수의 작가들이 외면한 사람들의 일상을 주목한 작가가 있다. ‘삼오식당의 이명랑이 그다.

 

작가 이명랑은 고개 돌리지 않고, 정면에서, 똑바로.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의 고향. 내 현실을 들여다봐야만 한다라고 말하며 소위 문화산업,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너무 빨리 소설사에서 밀려나버린 사람들. 이들은 누구인가? 왜 이들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내 두 발이 딛고 서 있는 곳은 대체 어디 인가?에 주목한다. 당연한 결과로 자신이 성장했던 시장 통의 사람들의 일상으로 모아진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삼오식당으로 모았다. 연작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영등포 시장의 한 식당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형성된 가게들의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가고 있다. 시장 통 삼오식당의 둘째딸이 시장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어머니가 있는 골목’, ‘까라마조프가()의 딸들’, ‘엄마의 무릎’, ‘보일러실 쟁탈전’, ‘잔치’, ‘결승선에서’, ‘우리들의 화장실등 각각의 이야기 주인공들은 삼오식당과 어던 형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으며 시장 통 사람들의 구체적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간다.

 

작가의 관심사는 시장 통 사람들이라고 하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인생에 히든카드 하나 없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생을 견뎌낼까?’에 있다. 하여 그들의 일상을 숨김없이 내 보인다. 사용하는 언어나 행동에서부터 하는 일에 따른 그들의 사고방식까지 여과없이 드러내 보이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장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으며 이 솔직함이 소박하고 친근한 이웃들의 눈물과 함께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다. 영등포시장 식당 집 둘째딸이었던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어 더 생동감 있게 그려질 수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는 사회에서 문학이 외면한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했다는 점부터 남달리 느껴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그들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여 시대가 해결해 가야할 공통 문제에 대한 공감을 불러와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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