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 우리 시대 인문학자 32인의 그림 읽기, 문화 그리기
고연희.김동준.정민 외 지음 / 태학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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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속에서 오늘의 나를 본다

옛그림은 늘 반갑다. 실물을 앞에 놓고 그림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느낌으로 충만한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 반가움은 책 속에 담겨 축소된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때론 담겨진 상징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림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다 안을 수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림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느낌만으로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이런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옛그림을 해설해주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반가움을 동반한다. 이렇게 우리의 옛그림과 독자들 사이에 감정의 다리를 놓아주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런 바램은 단순히 옛그림을 올바로 이해하고 싶다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 의미를 확장해 보면 곧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역사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놓은 기록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이 그림에 담아 둔 삶의 지혜를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어쩌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현주소는 그렇게 살아온 옛사람들과 동떨어져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 한국학이라면 그 영역으로 언어,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옛사람들이 남겨놓은 역사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2011년 출간된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와 같은 맥락에서 옛그림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전공자, 그들이 그림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이뤄 만들어낸 작품으로 오늘 우리의 한국학의 풍부한 실제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의도로 보인다. 하여, 저자들이 주목한 옛그림을 마음’, ‘감각’, ‘사연’, ‘표상’, ‘소통등 총 5개의 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보다 더 확장된 32명의 집필진은 문학, 철학, 역사, 회화, 복식 등 문화 전반을 망라하여 국내와 중국, 일본, 미국 등 각지의 소장 도판 목록을 뒤지고 하나하나 분석하여 그 속에 담겨 있는 옛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준다. 사도세자의 개그림, 소년전홍의 백일홍과 괴석, 파초에 얽힌 선비들의 풍류, 꽃과 선비, 이백과 소옹, 소설, 초상화, 정조의 환어행렬도, 순종황제 즉위식, 불타버린 어진, 조선통신사 등의 그림이 무엇을 담았는지 그림 속에 담긴 상징들과 제작 배경, 당시 사람들의 사고와 일상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을 보는 법이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사람과 감상자의 마음이 소통되어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론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하여 그림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나 책 등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림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림에 담겨진 시대적 상황을 적절하게 이해할 도구를 알려주는 것이며 화가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림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하는 요구가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전문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 미래를 밝혀갈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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