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성을 앞세운 인간의 역사는 인간을 이성이라는 틀 속에 얽어매는 역사인지도 모른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특징으로 ‘이성’을 꼽지만 그런 이성에 앞서 순간순간을 사로잡는 것은 ‘감정’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끼어 나타나는 심정이나 기분,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로 물건의 특성이나 가치, 진위 따위를 판정함’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변하는 감정의 굴곡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바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세로 나타나곤 한다. 이성을 앞세워 직선을 강요했던 인류의 역사는 오히려 물을 건너고 산을 넘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것과 같은 감정의 굴곡에 따라 변화해온 것이 맞을 것이다. 이성적인 존재이고자 하지만 감정에 보다 가까운 사람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것은 그 감정의 속성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라 본다.

그런 면에서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변하며 우리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시각을 차용하여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속내를 감정을 이해하는 코드로 사용한다. 강신주가 차용한 48가지 감정은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 되었던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이야기한 바를 근거로 한 것이다.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바탕으로 그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48개의 문학작품을 선정하고 주인공들의 성격을 분석하며 오늘날 우리가 겪는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48가지의 감정은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미움,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이다. 48가지 이러한 감정을 열거하는 것은 이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을 침해하며 삶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기에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서이다. 살다보면 이러한 감정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감정들이기에 문학작품 속 주인공을 사례로 살피며 보다 긴밀한 접근을 시도한다.

감정들에 대한 강신주의 글은 읽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때론 사람들의 감정을 헤집어 놓는다. 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게 하는 것으로 인해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철학자들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철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특정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보여주고, 허영을 깨주고, 바닥을 보여주는 그런 '철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강신주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 짐작된다. 강신주의 말에서 방점은 ‘특정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보여주고, 허영을 깨주고, 바닥을 보여주는’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해설해 가는 기본적 시각이 동일선상에 있어 보인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감정 정의를 차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저자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우리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들을 왜곡시켜서라도 외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꼬집어간다. 이러한 감정들에 대한 저자 강신주의 스펙트럼은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48가지의 감정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감정에 좌우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감정의 내막을 살피고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밝혀 자신의 처지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외면하고자 했던 감정을 들여다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