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강 메콩에서
김이기 지음 / 시간여행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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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었던 강 이야기

한때, 서울을 자주 다니던 시절 서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부러운 것의 중심엔 대도시가 주는 화려함이나 편리함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한강의 존재가 그것이었다. 강이 사람들에게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아름다움 등이 그것이다. 하여, 서울을 방문할 때면 강변길을 따라가는 길을 택해서 목적지를 가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강가에서 서성이며 강이 주는 그 고마움을 누리곤 했다. 내개 살았던 도시에는 강보다는 작은 천이라 이름붙이는 물길이 있었지만 수량이 풍부하지 못해 강이 주는 온전한 혜택을 누리진 못하는 아쉬움이 한강이 부러운 큰 이유로도 한몫했을 것이다.

 

강이 온 나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이른바 4대강 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개발하자는 정부의 입장과 개발이 가져올 막대한 피해를 어찌할 것이냐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공권력과 언론을 동원한 정부의 의지대로 강을 개발되었지만 그 후과는 우리 모두와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시작부터 말썽이던 4대강 개발 사업은 끝나기도 전부터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어났고 그 부작용은 언제 회복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부실과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지만 그것을 책임을 지는 누구도 없다. 속살이 파헤쳐진 강은 그 아픈 속내를 안고 오늘도 묵묵히 흘러가지만 수천 년을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던 시간만큼이나 지나야 아물 것이기에 시간 앞에 맡겨둘 밖에 없다.

 

그런 강의 속내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2년여 시간 동안 메콩강가를 떠돌며 취재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어머니의 강, 메콩에서’다. 티베트 탕구라 산맥에서 발원해 서남부를 가로질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빠져나가는 메콩강이 품고 있는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메콩강에 삶을 의탁하고 있는 사람들이 3억 명이라고 하니 강의 넉넉한 품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어머니의 강, 메콩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의 찾아 강을 탐험하고 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있다. 높은 곳에서 시작된 강은 점차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물만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 품속에 생명을 불러 모은다. 모여든 생명들은 둥지를 틀고 삶을 꾸리는 동안 강은 말없이 그들을 품었고 아낌없이 자신을 내 주었다. 하지만, 메콩강도 댐을 막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염시키는 것과 같은 사람들의 간섭에 의해 그 모습을 바꿔왔다. 저자가 발품을 팔아 살펴본 메콩강 유역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속에는 여전히 메콩강에 의지한 삶의 현장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자연과 사람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강으로부터 발원된 자연과 사람들이다. 강으로부터 받은 혜택으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강을 떠나서 살 수 있을까?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강에 의지한 삶이기에 사람과 강을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이 강바닥을 헤집고 물길을 바꾸며 시간을 거슬러간다. 그 욕심이 생명을 죽이며 사람들마저 떠나게 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숱하게 벌어진 사람의 간섭에 강은 몸살을 앓고 말없이 더딘 회복의 길을 가지만 그것마저 부정된다. 사라져가는 것은 나무나 새들뿐 아니다. 그 속엔 인간도 포함된다.

 

메콩강을 돌아보고자 한 저자의 마음은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땅, 우리 강의 현실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강가에 살며 삶을 꾸여왔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티베트 등의 사람들을 살펴 우리가 어떻게 우리 강을 비롯한 자연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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