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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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으로 본 여자 욕망

도발적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접근이다. 애써 감춰두었거나 자신도 모르게 숨어있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유교윤리가 여전히 살아 있는 사회에서 본능을 표현하기란 잠재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적 풍토를 뛰어넘기란 더 쉽지 않다. 욕망을 잠재우는 것을 넘어 죄악시하는 사회문화가 지배하는 속에서 자라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이 가능할까?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출발하는 ‘욕망하는 여자’는 모두가 금기시 여기는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시작한다. 남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리라고 예상되는 “여자의 성욕”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한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것은 과학적 접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학문적 접근이라고 하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회문화적 틈새를 파고들지만 동양 사회보다는 개방적인 미국의 학계에서도 지극히 조심스러운 분야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여자의 성욕”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만들었을까?

 

여자도 동물이다? 라는 전재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여자의 몸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그 반응을 데이터화시켜 이를 통해 일반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학문적 풍토나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제도가 갖는 여자에 대한 일방적인 억압은 자신의 욕망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적극적인 욕망의 표현은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여겨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숨겨진 욕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발현된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욕망을 현실화 시키는 도구로써 제약회사의 여자용 비아그라와 같은 노력에 이르기까지 살핀다.

 

행동과학자, 성과학자, 심리학자, 수많은 여성들과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기반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통해 "여성은 남성만큼 또는 그 이상 성욕이 강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욕망하는 여자’를 따라가다 보면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이 그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사회적 환경이나 관습 등을 포함하여 개인적 성장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을 무시하고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에 접근할 수 있을까? 철저히 계획된 조건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구자들이 모색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 방법을 통해 믿을만한 데이터를 얻으려고 애쓴다.

 

언제부턴가 정설처럼 이야기되는 "남자는 동물에 가까워서 쉽게 성욕이 일지만, 여자는 친한 감정이 생겨야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말은 사실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의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부정하고 있지만 결론에 도달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이 책에 다분히 의도적이며 목적의식적으로 질문한 “여자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욕망의 대상이 될 뿐, 자신의 몸과 욕망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사회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고가 주류를 이룬 문화적 배경에서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애초에 그런 배려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자들뿐 아니라 그 상대방이 되는 남자들 역시 성의 욕망에 대한 깊은 사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 아닌가 싶다.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유효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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