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최돈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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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종을 울려주는 사람

새벽녘 잠을 깨 마당을 거닐었다. 쌀쌀한 기온에 몸을 움츠리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을 바라다보았다. 혹, 시인이라도 된다면 멋진 글귀를 떠올릴 수 있으련만 메마른 언어만을 소유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시간이다. 글이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쯤 아닐까 싶다. 하여, 내겐 시인의 가슴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마냥 시인의 특별한 눈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나처럼 메마른 언어의 소유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시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데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시집을 펼친다.

 

최근 책으로 만난 시인이 있다. 최돈선이 그 사람이다. 시인이라고 하지만 내겐 시보다 먼저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라는 그의 산문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칠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허수아비 사랑’, ‘물의 도시’,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등의 시집을 펴낸 그의 산문집은 시인의 가슴에 가득 담긴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시보다 먼저 시인의 산문을 접한 것이 시인에겐 미안한 일이 될지라도 산문집을 통해 만난 나에겐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데 시인의 삶에 대한 조그마한 이해가 시인의 시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산문집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를 통해 만난 시인은 맑고 투명하다. 가슴에 무엇을 담고 살아왔고 세상과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꼭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이다. 또한 이런 저런 수식어를 통해 대상에서 얻는 느낌을 비비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에 공감되는 요소가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쉬움이 결코 가볍다거나 경솔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곱씹어 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친근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딸, 엄마,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긴 호흡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은 길지 않아 짧은 호흡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글이 주는 긴 여운은 오랜 시간을 사색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글이 가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굳이 주저리주저리 나열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매력,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닐 것이다. 따스한 눈으로 시간을 접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제는 그 넉넉함이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문장일 때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으로 본다. 특히, 자기 고백으로 읽히는 산문집의 마지막 ‘시인’이라는 글에서는 그의 가슴에 담긴 따스함의 유래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알 듯 모를 듯 그저 짐작만으로도 읽히는 그림이 함께 있어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이 마치 시인의 글을 통해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인양 따스하다.

 

시인을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만났다.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소통에서 글에 담긴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자신만의 울타리 속에서 갇혀 살면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엇인가 끊임없이 밝히고자 하는 마음들이 어떻게 공감을 형성하고 소통하는지를 보면서 우리 시대 외롭고 시린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본다. 그 중심에 시인이 있어 시린 가슴을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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