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박수밀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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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글이 가지는 매력의 바탕엔 무엇이 있나?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원을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열하일기를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굳이 의무사항으로 읽어야 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박지원이 주목받는 다양한 이유 중 열하일기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것이 별로 없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열하일기를 접하지 않고 박지원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쩜 정작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이러쿵저러쿵 야단법석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앞서기에 하는 말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을 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열하일기다. 열하일기는 그에 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며 요사이 새롭게 주목하는 문장가 역시 열하일기를 통해 그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을 문장가로 주목하며 그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이 회자된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예담, 2007)와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돌베개, 2013) 이 두 책은 연암의 글로부터 연암만이 가지는 글쓰기의 특징을 찾고 그를 통해 보다 연암 박지원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소설 형식으로 연암 글쓰기의 본질로 접근하는 책이다. 그에 비해 이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연암 박지원의 글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연암 박지원의 글이 갖는 특징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접근 방식이 다르기에 무엇을 선택하여 연암의 글쓰기에 대해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다소 딱딱한 언어로 학문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버거운 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저자 박수밀은 조금은 생소한 생태글쓰기라는 관점으로 연암 박지원의 글을 분석하고 연암 박지원의 글을 해부하며 그 속에서 연암이 가지는 글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저자는 우선 생태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를 밝힌다. 그것은 연암의 관심사로 출발되는 자연과 사물에 대한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연암의 자연 사물에 대한 접근 태도는 오늘날 생태 사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늘날 글 짓는 법이 도구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글쓰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탁월한 문장과 번득이는 재치’ 등 여러 가지 수식어 붙는 연암 박지원의 글은 어떤 특징을 갖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연암 박지원의 글에는 그를 쓰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연암의 글쓰기 전략으로는 첫째, 진심(眞心)의 글을 쓰라 둘째, 아프고 가렵게 하라 셋째, 지금 눈앞을 담아내라 넷째, 흠과 결점을 보여 주어라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독자들에게 선택받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암의 글쓰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암의 글은 연암의 천재적인 독창성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다분히 동시대를 함께 고민하며 교류했던 지인들과의 공감적인 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주목한다. 연암의 글쓰기가 ‘관찰하기 → 교감하기 → 자료 모으기 → 제목 정하기 → 협력적 글쓰기 → 수정하기’와 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며 연암 박지원의 글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넌 기록’, ‘황금대기’, ‘범의 꾸짖음’의 세 작품을 심층 분석하며 연암의 글쓰기 전략을 벍히고 있다. 세 편 모두가 염암 박지원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으며 유명한 작품들이기에 내용을 알고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에 본문을 수록하여 깊이 있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암 박지원의 글을 독자들 앞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

 

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터넷의 카페나 블로그, SNS 등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글들에 의해 온갖 사회적 벽을 넘어 소통의 매개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글쓰기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암의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를 살려가야 한다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도 싶다. 자기만족적인 글쓰기를 넘어선 글의 힘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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