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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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삶과 문화를 만들어 왔다

도시 인근 농촌마을로 이사를 한 후 달라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공기가 그것이다. 아침 상쾌한 공기로 싱그러움 속에서 맞이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하루를 살아가는데 분면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지친 하루를 지나고 돌아온 집에서 산에서 내려온 맑은 공기가 피로를 풀어주기에 그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삶의 태도가 그것이다. 조금은 느긋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조금은 느린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스스로 그런 삶의 태도를 받아들인 것이 삶의 환경을 바꾼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사람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그러한 생활방식이 이어져 온 것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대 사람들 속에 지속된다.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그때와 비슷한 환경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고 싶어 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환경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풍경류행'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유학생활 중 생활의 근거지를 옮기거나 여행지에서 머무는 동안 사람을 둘러싼 풍경이 주는 영향력에 주목하여 풍경과 사람에 대한 관계에 주목한다. 풍경을 삶, 마음, 어울림, 지속이라는 테마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깊이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습기를 비롯한 온도 등이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는 풍속을 낳고 그 속에 사람들의 생활태도에 영향을 주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적인 특색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차이는 사람들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쳐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동경하지만 결국 익숙한 것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풍경이 전해주는 것이 사람들의 삶 전반에 걸쳐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미 대륙,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며 자신이 전공한 건축에 한정하지 않고 철학, 미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간단하지 않은 저자의 '풍경' 속에는 자연과 인간의 능동적인 관계가 담겨 있다. 아니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정원과 유럽의 정원을 비교하고 건물을 비하하며 사람들의 생활을 비교한다. 또한 광장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우리가 앞으로 모색해야 할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과 우리나라와 같은 사계절이 분명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도 근본을 살필 수 있다.

 

단순히 지나치는 풍경이 아닌 머무는 동안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풍경을 15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마주한 자신의 경험 속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의 원형’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눈 덮인 대나무’를 가슴에 간직한 저자의 이야기 속에 현재의 자신을 규정하는 다양한 경험 속에 자연과의 관계를 그 중심에 두고 있어 현대인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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