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문답 - 시대의 이상과 운명에 답한 조선의 자화상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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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담긴 조선의 자화상

한 시대를 바라볼 때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의 측면만을 중요시한다면 자칫 편협 된 시각으로 그 시대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비교적 가까운 조선사회는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통해 접근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 대중매체를 통해 비교적 자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되자고 한다면 역사의식을 가진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시대 조선의 역사를 바라보는 중주요한 시각으로 왕조사를 중심으로 한 권력의 향배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는 점은 어쩜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서 권력이 가지는 시대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만 조선의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온전히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여,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선을 이해하기 위한 바탕을 제공해 주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그 중 한 분야로 조선 선비와 화원들에 의해 구축되었던 그림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시대를 반영한 화가의 정신과 열정에 의해 완성된 문화이기에 그림을 통해서 한 시대를 바라본다면 그 시대의 다양성이 함축된 바를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 이종수의 '그림문답'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주목받을 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먼저 '이야기 그림 이야기'(돌베개 I2010)로 만나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했던 터라 이 '그림문답' 역시 기대를 가지고 대했다. 그는 '그림이 시대의 정신을 담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선 사회를 대표할 만한 시대를 선정하고 그 시대에 대표적인 그림을 통해 그림에 반영된 화가와 시대상황을 면밀히 추적하여 한편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저자의 시각을 사로잡았던 그림으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작가미상의 '독서당계회도', 윤두서의 '자화상',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조희룡의 '홍백매팔폭병'에 이어 장승업의 '귀거래도'까지 이른다. 각기 그림들은 조선 500년의 역사에서 큰 흐름을 대표하는 시대에 그려졌던 그림들이다. 그림이 시대의 정신을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매개로 활용할 만한 대표성을 가진 그림으로 선정하여 그림을 대상화시켜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이 아닌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시각으로 시대와 그림을 바라본다는 독특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어느 책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그림을 별지로 하여 본문에 삽입해 그림에 담긴 화가의 정신을 느끼도록 기획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본문에서 그림에 대한 편중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학문을 하는 학자로써 자신의 학문영역에서 애정을 달리 쏟는다는 어색함은 그림을 학자이전에 진정으로 좋아하는 저자의 심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그림에 주목하여 다양한 책을 구해보고 있는 독자로써 그런 저자의 고백이 반갑다. '그림문답'에는 좋아하는 그림이 몇 작품 있다. 그중 김홍도의 '소림명월도'를 좋아한다. 조희룡의 매화도 좋지만 그 '홍백매팔폭병'에는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지만 '소림명월도'에는 한없는 친금감을 느끼기에 가까이 두고 자주 보고 싶은 그림이다. 당대 화원으로써 최고의 자리에 있던 김홍도가 그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의 심정을 따라가는 저자의 시각이 그래서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중 무엇 하나 역사성을 거부하지 못한다. 자신을 만들어온 시대와 그 시대의 전재가 되는 과거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함께하기에 개인은 온전히 개인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하여, 조선의 그것이든 현대의 그것이든 시대정신을 은연중에 포함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점의 그림이 가지는 힘은 그림뿐 아니라 사람의 흔적이면 무엇이든 동일한 힘을 가질 것이며 이는 지난 것 뿐 아니라 우리시대 우리가 만들어가는 그 모든 것도 마찬가지리라.

 

'그림문답',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의 열정을 모아 완성했던 그림과 그 그림을 통해 한 시대를 살피고자 하는 노력이 엮어낸 조선시대 자화상으로 이끌어가는 통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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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림 한 편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참 많구나
    from 책으로 책하다 2013-09-16 16:58 
    [서평] 그림을 통해 문화를 읽는다 (아트북스)이라는 책이 있다. 화가와 미학자의 대화를 통해 그림 감상 비법을 알려준다는 기획이었다. 내용과 서술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시대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림'이라는 예술작품을 맞대면하면 그림 자체에 압도되어 그림 안에서 허우적대고 말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 겨우 빠져나오면 '왜' 이런 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