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매창
윤지강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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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넘어 자유로 살다간 여인, 매창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물질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찾아보는 과정에 필히 등장하는 것이 사랑이야기 일 것이다. 사랑도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온갖 사회조건과 신분마저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이 그 선두에 선다. 때론 사람의 목숨과도 바꾸는 사랑이라는 것이 뭘까? 유사 이래 인간의 사랑을 그린 다양한 작품 들 역시 사랑이라고 하는 본성에 충실하고자 했던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의 발로를 담은 것은 아닐까 싶다.

 

유희경과 매창, 두향과 이황. 이들은 조선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만난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 중 여자는 둘 다 기생이다. 조선시대 기생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가 이중 삼중의 벽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였기에 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기생이었기에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감정을 드러내놓고 살 수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는 조선시대 일반 여성들이 접할 수 없었던 시와 음악을 할 수 있어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처지에서 나온 것이리라.

 

윤지강의 '기생 매창'은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라”라는 시로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지역에서 관비로 살던 매창과 유희경과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민출신이면서도 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유희경과 역시 기생이지만 사대부 양반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한 매창과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은 매창이다. 짧은 만남 뒤에 긴 이별과 그 긴 이별의 시간동안 오직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간직했던 매창의 순결한 마음이 무엇보다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알려져 있기로는 이 둘의 사랑이야기에는 두 사람 말고도 당시 홍길동의 저자이며 뛰어난 시인으로 알려진 허균도 있다. 허균과 유희경은 시로 만나 서로를 존중하는 벗이었다. 매창의 시와 거문고 연주 솜씨에 반한 허균이 벗 유희경의 연인 매창에게 인간으로서 보여주는 정신적 사랑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매창의 자서전적 서술과정으로 풀어가고 있다. 불같은 사랑의 시작과는 반대로 싸늘한 결말에 와서 달라진 유희경의 태도에 대한 저자는 조심스러웠던 것일까? 특별히 매창을 바라보는 유희경의 싸늘한 시선에 대해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그로인해 매창이 감내해야할 마음의 무게는 더해지고 결국,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사랑에 대해 불신하며 자신의 삶과 사랑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

 

“마음에 단 한 사람을 품는 것은 슬픔을 키우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 중에 사랑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을까? 사랑이라고 하는 말 속에 담긴 수도 없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감정의 변화를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이것으로 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과정에서 겪는 가슴 저린 아픔까지 포함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과 상대방을 가두지 않는 것에 본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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