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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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지평을 넓힌 ‘궁녀의 하루’

역사의 지평이 넓어진 걸까? 기존의 역사를 보는 흐름에서 벗어난 역사해석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동안 역사를 보고 해석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 권력으로 쟁취했던 자신의의 성과를 기록한 역사를 그들의 시각에서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역사인식은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양면을 보지 못하고 힘을 가진 한 쪽에 치우쳐 주목하여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보편화, 일반화 시켜온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권력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곳에 눈을 돌리고 소홀했던 다른 한 쪽에도 시선을 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혹은 일부러 외면했던 다른 쪽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반가운 것은 우선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려는 정당한 시도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외면 받아온 사람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우리사회의 성숙한 역사인식의 자세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여 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권력의 주변부 혹은 권력과는 상관없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묵묵히 행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흐름이 우리가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하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리라고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궁녀의 하루’도 주목 받기에 충분하리라고 본다. 우리 역사에서 특히 조선사회에 이르면 남성중심사회, 왕의 일인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여인들의 삶은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절대적인 차별 속에서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구조적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온 여인들과 그 여인들 속에서도 더욱 더 갇힌 일상을 살아왔던 궁녀들의 일상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이 않았다.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의 삶에 대한 조망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시와 궁녀, 비밀을 묻다’, ‘베일 속의 한국사’등의 저자로 기존 역사가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 박상진의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의 ‘궁녀의 하루’는 궁궐 내 생활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양에서 활동한 궁녀들의 면모를 살피고 있다. 굳이 제목 하루에 억매이지 않고 궁녀가 궁궐에서 어떤 일을 해왔고 그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궁녀가 되었으며 갇힌 궁궐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하나 둘 밝혀 나가고 있다. 우선 궁녀하면 상궁, 나인, 무수리, 생각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져왔는데 이는 침방, 수방, 세수간, 소주방, 세답방, 방자 등과 같이 자신들이 맡은 임무에 따라 하는 일이 달랐으며 그들도 다른 일반인들이 사는 모양과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하루로 읽는 조선 궁녀의 일생’, ‘하루 일과에서 스캔들까지 궁녀의 모든 것’,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궁녀 이야기’ 등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궁녀들의 삶에 추적하는 것이다. 사료에 등장하는 궁녀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궁녀들이 궁궐에서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 중심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세답방이나 소주방처럼 드라마에 등장하여 익숙한 이름들도 있지만 침방, 수방과 같은 다소 생소한 것들도 보인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궁녀들의 근무형태와 급료지급과 같은 사항이다. 또한 부를 축적한 궁녀 모습이나 궁녀라는 신분으로 만나 운명을 함께하거나 나인에서 하루아침에 귀인이나 숙빈 등 권력의 중심부로 신분상승한 그들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궁녀들 사이에서도 직급의 차이에 따라 생활의 차이가 엄청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궁녀, 어쩌면 특별한 신분을 살았기에 그들을 보는 시각이 ‘왕의 여자’라는 한정된 한 측면으로 고정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궁녀의 하루’는 궁녀들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실례를 통해 궁녀들의 삶에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궁녀들의 모습이 다소 산만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삶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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