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동의보감이 편찬된 이유는 백성이다

구암 허준의 동의보감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193점의 기록 유산 중에 의학 서적으로 유일한 것이 동의보감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이 이렇게 등재된 이유는 동의보감이 가지는 탁월한 의학적 내용과 세계 최초로 발간된 공중 보건안내서라는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허준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허준과 동의보감 또한 새롭게 주목받았다. 동의보감처럼 우리 민족이 가진 문화유산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로써 그러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최근 다시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허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대중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중매체의 속성이라면 허준과 동의보감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가 분명 잇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드라마의 영향인지 허준과 동의보감 관련 서적의 발간도 잇따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이있는마을에서 발간한 이재운의 구암 허준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조선의 임금 선조의 명으로 펴내게 되었다. 동의보감은 편서국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당시 어의 출신인 양예수와 허준 등 총 여섯 명이 1596년부터 시작하여 1610년 광해군 때 완성되었고 1613년 훈련도감에서 간행됐다. 동의보감은 25권 25책으로 구성된 의학서로 내용은 5개 강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경편 6권, 외형편 4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동의보감의 특징은 각 병마다 증상과 처방을 기록한 것과 더불어 병을 치료하는 측면보다는 미리 병을 예방하는데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조선의 대부분 백성들이 처한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책 이재운의 구암 허준은 허준의 일대기를 쫓아간다. 신분사회 조선에서 서얼로 태어난 조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의원의 길을 선택한 허준의 일대기다. 소설 속에는 허준의 의술에 대한 집념과 가난한 백성들에 대한 애민정신 등이 줄거리의 대강을 이룬다. 또한 스승 유의태와의 관계, 일생을 바쳐 허준을 위해 고스란히 내조한 아내와 가족, 내의원이 된 이후 선조와 광해군까지 임진왜란을 겪고 동의보감을 서술하고, 백성들을 위해서 동의보감을 집필하는 허준의 일생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는 동의보감이 허준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생각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동의보감이 집필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동의보감의 출발이 병자를 치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병과 환자에 보다 적극적인 대안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 아닌가 싶다.

 

소설로써 이 책 구암 허준은 별로 매력이 없다는 점이 솔직한 마음이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떨어지고 줄거리의 탄탄함도 별로고 그렇다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사건의 진행도 없다. 그저 먼 산 너머로 구름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냥 흘러간다. 개인적인 느낌이 지나쳐 저자의 작업에 대한 열정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구암 허준이 주목받는 현실에서 저자만의 시각이 확실히 드러나야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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