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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 부글북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특별한 스님의 생각을 엿보다
혼란스러운 사회라고 한다. 이때 혼란스러움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불투명한 미래일까? 아니면 답답한 현실일까? 정치적 불안감일까? 사람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세상을 보는 방법이 있기에 혼란스러움에 대한 규정 역시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 시대를 나타내는 말로 혼란스러움을 이야기할 때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무엇이 있기에 그런 말이 통용될 것이다. 그 공감하는 요소로는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에 담겨오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고통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내 놓고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힐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힐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 종교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종교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하는 종교는 그 의미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몇몇 유명한 종교인들이 대표적으로 보이지만 종교 또한 적극적으로 사람들 곁으로 다가서며 삶의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부글북스에서 발간한 정법안의 ‘스님 생각’은 바로 종교가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불교의 스님들은 삶의 문제에 해답을 얻기 위해 구도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대승불교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자신의 득도와 더불어 대중들의 삶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여, 스님들이 치열한 구도의 길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를 바탕으로 대중들과 함께 하고 있다. 오랫동안 불교인으로 살아온 저자 정법안은 그동안 자신이 직접 만난 효봉 스님, 청담 스님, 경봉 스님, 성철 스님, 서옹 스님 등 스님들과의 인연 속에서 얻었던 경험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구도의 길에선 스님들의 일상에서 은사스님의 생활법문이나 동반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화들 속에서 속인들의 삶에 도움을 될 만한 일들을 전해주며 끝에 자신의 의견을 달았다. 해우소, 가마솥 목욕탕, 승복의 색깔, 빈 의자, 고무줄 법문,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오른쪽 구별이 없는 고무신 등 짧은 이야기들 속에 살아있는 지혜가 번득인다. 저자 역시 제가불자로 살아오며 성찰한 이야기들이 스님들의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하심’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지극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한다. 하심에선 무엇보다 마음의 내려놓음이 먼저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스님의 생각’의 저자 정법안의 글 속에서는 자부심이 돋보인다. 자신의 삶에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달은 바가 있기에 그런 자신만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스님들의 생각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으로 소인을 다했다면 독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얻은 경험과 성찰 속에서 직접 자신을 찾아갈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글에서 전해지는 묘한 느낌이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