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지음 / 다른세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책, 깊이 읽기의 정석을 보여 준다

책읽기에 대한 정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다양하게 표현되는 책읽기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굳이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만 또 딱히 왜 책을 읽는지 따져 보지도 않은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특별한 취미를 가진 것도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늘 혼자가 좋은 시간에 그나마 내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책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하나의 도피처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외로움을 이기는 방편으로 책읽기를 선택하고 그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받아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으로 나의 책읽기를 이야기 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할지 내 얼굴에 다소 미안한 미소가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책읽기에 목숨 건 사람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지만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나 저자에게 빠져 목을 매는 경우는 아니다. 이런 책읽기이기에 그런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텅 빈 머리가 되어 그동안 읽었던 내용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러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을 만나는 그 순간의 감정이입에 도취된 것이 아닌가 한다. 마치 영화를 보고 곧잘 울기도 잘하지만 영화관의 문을 열고 나오면 영화제목도 감독 이름도 심지어 주인공도 깡그리 잊어버리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문득 감동 받았던 그 느낌이 살아나 내 가슴과 영혼에 단비를 적셔주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라고 하면 미안한 마음에 대한 변명이라도 될지 모르겠다.

 

책읽기에 빠진 것은 같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는 사뭇 다른 사람들이 많다.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읽기’의 저자 김의기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국제통상 전문가로서 WCO, WTO 등 국제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김의기의 책읽기는 한마디로 ‘깊이읽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문학평론가의 범주에 든 사람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어 저자의 시각을 통해 다시 한 번 책읽기에 도전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북클럽을 통해 한 번 걸러진 책에 대한 소개는 그래서 개인적 시각을 벗어나 세계인의 보편적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의기에 의해 선택된 책은 ‘닥터 지바고, 적과 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카메론, 전쟁과 평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밤은 부드러워,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레 미제라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돈키호테, 국가론, 햄릿, 안나 카레니나, 무기여 잘 있거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보바리 부인, 싯다르타,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오이디푸스 왕, 이방인, 파리떼, 인간의 굴레에서, 수레바퀴 아래서, 구역질, 군주론, 팡세’ 등 세계인이 즐겨 읽는 서른 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너무도 유명한 문학작품이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로 너무도 익숙한 책들이다.

 

‘새 책을 읽으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책읽기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의 책읽기에 혀를 내 두를 지경이다. 이런 독자를 만나는 저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대단히 행복할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 무거운 가슴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그저 책이 좋아 책을 읽는 만만한 독자로써 유쾌한 책읽기가 뭘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명하고 익숙하기에 그만큼 다가가기 쉽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름의 장벽을 가진 작품이 아닐까 한다. 언론이나 사람들의 시각에 걸러진 작품에 대한 이해가 그 장벽일 것이다. 그렇기에 유명하고 익숙하기에 더 접근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지만 김의기에 시각으로 보면 또 그렇지 않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명작이라는 것이다. 이런 작품 속에 숨겨진 시대상황이나 주인공들의 인물상을 통해 책읽기의 본질인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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