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 테너 하석배의 힐링 클래식
하석배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벽을 넘어선 클래식과 여행의 만남

늘 상 음악과 함께하는 생활이라고 자부한다.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참 매력적인 것이다. 익숙한 가사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을 들을 때면 마치 음악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을 얻곤 한다. 내가 듣는 음악은 주로 가요가 대부분이지만 빼놓지 않고 듣는 음악 중에는 국악음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배우는 대금도 명인의 소리를 들으면서 연습하고 거문고 연주 음반도 들으며 때론 판소리도 듣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분야가 있다. 클래식이 그것이다.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비발디의 사계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임신을 하고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으레 LP판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했다. 태교음악, 그 결과일까? 그때의 아이는 지금 거문고를 전공하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열심히 음악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의 무엇이 넘지 못 할 벽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귀로도 마음으로도 들어오지 못하는 클래식은 여전히 너무 먼 거리에 있다.

 

하석배의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높은 장벽의 클래식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저자 테너 하석배는 음악광이라고 한다. 여기서 음악은 물론 클래식일 것이다. 음악광이며 테너로 활동하는 저자의 클래식 이야기를 주 활동무대였던 유럽의 도시를 엮어 도시와 어울리는 음악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각 도시가 스스로를 풀어내는 분위기를 적절하게 아우르고 있어 한편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당연히 유럽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유럽의 도시들이 품고 있는 역사성과 더불어 현재성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풀어내는 음악이야기는 클래식에 벽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음악의 안내서로도 읽힌다. 특히, 음악가들의 성장에 관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음악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갖는 음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있다. 여기에 음악공부와 공연으로 유럽에서 생활하던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녹아 그 현실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음악과 사진이라는 매체가 만나 새롭게 만들어 내는 그림을 담고 있다. 음악과 어울리는 도시의 모습은 상상으로만 담는다면 그 느낌은 덜 감동적이겠지만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 사진 작가 삼킨별의 생생한 사진이 함께하고 있어 마치 유럽 도시의 현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듯 한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충분하다.

 

누구에게는 익숙하며 한발 더 나아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클래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지 못할 벽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유럽과 클래식에 대한 조합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고 기껏해야 사진이나 텔레비전 영상으로 접했을 유럽의 도시들과 클래식의 접목이 또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노력에 의해 그 벽은 조금씩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수한 계층이나 한정된 사람들만이 듣고 누리는 음악이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 감동을 배가시켜 온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비결에 가깝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클래식에 벽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석배의 여행과 클래식의 만남이 클래식에 벽을 느낀 다른 누군가에게도 소중한 만남의 장을 펼쳐 놓은 것으로 그 의미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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