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골마을 -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이형준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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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경험은 늘 아쉽다

자신의 가슴에 든 감동을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다. 몸으로 겪고 가슴으로 담아온 이야기를 상대방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더라도 어려운 일인데 글이나 사진이라는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공감하기까지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경험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왜 그럴까? 못 다한 아쉬움보다는 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희망 때문은 아닐지...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보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나도 그 떠나는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다녀온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에 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게 만드는 것이리라. 자신이 경험한 것을 가슴에 곱게 담아두고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모진 삶 속에서 풀어내 살아갈 힘을 얻기에도 부족할지 모르는데 자꾸만 다른 사람과 공유할 방법을 찾아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인터넷 블로그, 카페에 SNS까지 넘치는데도 여전히 글로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세계시골마을’이라는 책의 저자도 그중 한사람이다. 저자 이형준을 세계를 안방 드나들듯하며 24년 동안 130개 나라 2500여 곳을 다녔다고 한다. 평생 여권조차 소지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가 자신이 발품팔아 다녔던 곳 중에서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시골 마을들을 골라 그리움을 자극하고 아련한 기억을 불러올 장소로 선정하여 자신이 받은 감동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시골마을’에는 그렇게 해서 담긴 세계 각 나라의 서른여덟 곳 시골마을이 자연 풍광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았다. 현대인이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쉼과 힐링’과도 맥을 함께하는 시골마을이 주는 정서적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 예술 마을’, ‘치열한 삶의 흔적과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문화 마을’, ‘옛것을 지키는 찬란한 아름다움 전통 마을’로 나누어 스위스의 생모리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지상 최대 헌책방 영국 헤이온와이, 블루와 화이트의 조화가 아름다운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 소박한 어촌 쿠바의 코히마르 등 각기 특색 있는 마을들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 아름다운 자연을 품에 안고 있는 마을이든, 수 천 년의 시간동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는 마을이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마을이든 어느 마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들은 그곳에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보여주는 얼굴의 모양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의 근원과 만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희망이라는 부도 직전 약속어음에 자신을 맡기고 시간에 등 떠밀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가 아니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발붙이고 살아가는 공간을 떠나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대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유원지 관광처럼 복잡하고 떠들썩한 여행이 아닌 바라보는 대상과 일치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 공간에서 아주 낯선 시간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이 여행이라면 그러한 여행에서 한번 마주보면 평생 잊지 못할 그 무엇을 가슴에 담아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에는 한계는 있다.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서서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기에 글로써 그들 나라의 다양한 특성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이다. 현장감 있는 사진이 그나마 아쉬움을 덜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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