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배다.

그저 보는 것에 불편함이 없을 땐 무슨소린가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것은 자유롭고

그 덕분에 참으로 다양한 느낌을 얻고 깊은 감정으로

내 가슴을 다독인다.

 

하지만, 언제부터가 침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로지 그 좋아하는 책을 볼 때면 말이다.

그 덕에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너무도 자주 책에서 눈길을 거두어

창밖으로 눈을 돌려 한 숨 쉬게 한다.

 

그동안 책으로 눈을 혹사한 대가를 치르는 걸거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또는 무딘 감정이 이를 안이하게 바라봤던

그 대가가 혹독하다.

흐릿한 글자 사이를 더욱 집중해서 봐야하기에

더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그렇다보니 책에서 멀어지는 이 미련함을 계속하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보조눈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영수증에 싸인을 해야 하는데 내가 쓴 글씨가 흐릿하다.

휴대폰 문자를 사용하는데도 저만치 거리를 두어야 가능하다.

이쁜 꽃도 자세히 보기위해선 멀리 봐야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제 세상과 만나는 것에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써 가까이 두어야만 마음이 놓이던 것들이

이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안경, 아니 돋보기

그것도 '노안'이라는 이유로

이젠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야 하는 물건이다.

이 친구와 별 탈없이 사귀고

책과 세상과 만나야 한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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