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본 - 당대의 애서가 김삼웅이 가려 꼽은 책과 사람
김삼웅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자

책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책을 좋아한다고 말로만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책을 손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기 보다는 좋아하고 싶은 의지만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책을 좋아하고 또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로 자신이 읽은 책이든 읽지 않은 책이든 상관없이 모으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책을 모으는 욕심이 지나친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며, 다른 한 부류로는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면서도 그 책을 나눠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집 서재에 쌓여있는 책으로 본다면 책을 좋아하면서 모으는 사람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싶다. 일정한 양이 쌓이지만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고 다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2011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장서가상을 받기는 했지만 모범장서가상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곳곳에 숨은 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내 서재의 책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또한 확인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이유가 있듯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어떻게 하는지 또한 각기 다를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일까?

 

2011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모범장서가상을 받은 저자 김상웅의 책 ‘독서독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책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들로 동서양을 불문하고 책과 얽힌 이야기를 찾아 그들이 책과 사귀는 내용을 밝힌다.

 

‘독서독본’에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은 책과 좋은 벗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책론’, ‘독서론’으로 독서하는 자세, 책을 대하는 방법 등 선비, 세계적인 학자, 지식인들이 책과 벗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1부, 시대를 대표하는 책벌레들이 책을 사랑한 방법과 글 읽기를 좋아하는 나무로 불린 매화를 비롯해 난, 국화, 대나무 등을 노래한 자연 예찬을 살펴본 2부, 문체반정이나 분서갱유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목숨 걸고 곧은 정신을 지킨 ‘세상을 읽고 고하노니’의 3부와 평생을 책과 함께 지낸 사람들이 글 짓는 방법과 내용에 관한 4부 ‘문장의 시작과 끝’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적어 놓고 외우고 싶은 문장을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휴대폰 메모기능에 이를 옮겨두고 늘 꺼내 보곤 한다. 이 책에서 역시 저자는 명저와 명문장 및 역사적 인물들이 소중하게 아낀 예문 등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저자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며 또한 그 문장이 든 책을 찾아가는 안내 역할까지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대신할 무엇이 있을까? 현재진행형이지만 종이책을 대신할 수 있는 매체가 등장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단말기들이 보급되면서 이를 통해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은 여전히 발간되며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쩜 이렇게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할 책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읽었거나 아니면 앞으로 읽을 책을 고이 책장에 모셔두는 것으로 그것을 다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책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책에 가둬두지 않고 공유할 때 그 책에 대한 예의는 더 깊고 넓어지는 것이 되리라 본다. 이제 그 방법을 찾아 자신을 닦고 주변에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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