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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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거공간을 점검한다

시골집으로 이사하면서 책을 둘 곳이 없어 서재를 짓기로 했다. 안채와는 별도의 공간에 조립식 판넬로 짓는 것이지만 그 공간이 완성 된 후 책을 정리하고 이 공간을 활용할 생각만으로도 이미 공간은 완성된 것처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가로 새로 9m에 5m 공간에 두 면은 기존 외벽을 활용하고 서쪽을 향하는 한 면은 통으로 창을 내기로 했다. 난방과 단열이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바닥엔 전기 판넬로 기본난방을 하고 특히 단열에 신경 써서 내무 목공사를 마쳤다. 여름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라 겨울 한 철을 지내고 나 봐야 단열과 난방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난방은 장작난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널따란 창문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야가 확보되어 무엇보다 좋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책장을 들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책장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책장 높이에 맞춰 실내공간의 높이를 계산했는데 지분 단열공사에서 오버된 공간이 책장을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책장을 잘라 새로 조립하는 야단법석을 떨고 난 후에 탁자와 기타 가구의 위치를 정하고 간신히 책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여름에 공사를 시작해 사계절을 지냈다. 난방도 단열도 생각보다 양호하여 이 공간은 이제 이 집의 주요활동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이지만 몇 가지만 더 추가하면 서재로, 사랑방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작은 공간이지만 직접 지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창문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공간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로 마감한 창에 대한 아쉬움이다. 건축에 관한 지식이 그저 고등학교 기술수업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기에 상식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다면 이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에 지어진 작은 시골집과 서재로 구성된 집은 이후 내가 살아가며 가꿔나갈 삶의 공간이 될 것이며 이 공간은 시간이 흐르며 쌓여질 기억으로 채워질 것이다.

 

건축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읽었다. 이 책들은 전통주택과 전통마을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제 건축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거해부도감’처럼 건축과정에서 고려되어야할 내용을 담은 책을 읽었더라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주거해부도감’은 집의 구조와 설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책이면서 건축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일반인 누구나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시각을 재조명할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이 주목되는 책이기도 하다.

 

현관의 기능, 계단의 활용, 문의 역할, 주방기구의 배치, 침실에서의 가구배치 등과 같은 살아갈 사람들의 활동공간에서 만나게 될 문제에서부터 공간 속에서의 사람들의 동선과 공기의 흐름, 도로와 인접성에 따른 집의 방향이나 주차장 배치 등 건축과정에서 실제로 만나는 문제에 대해 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살필 수 있는 저자의 기본 시각은 건축물이 주인이 아닌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생활에 맞춰져 있다. 이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거공간에 담겨진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그것이 출발하게 된 시작점에서 다시 보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리하여 ‘집의 모든 공간과 배치에는 그 나름대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도감이 건축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엔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비교한다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생활하며 불편함이 느껴지는 자신의 주거공간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이 책에 실린 예를 통해 비교하며 알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새롭게 가구배치를 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도 있지만 벽에 구멍을 내는 것이나 처마를 이어내 공간을 넓히는 것처럼 다소 복잡한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공간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그 공간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늘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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