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먼저다 - 좌파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려 하는가?
장 뤽 멜랑숑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진정, 인간이 먼저인가?

대통령 단임제로 5년마다 실시하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두 명의 후보가 각축을 보이며 각기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와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는 이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외치고 있지만 선 듯 다가오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각 후보들은 당면한 국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정책보다는 상대방보다 더 선명성을 내세우기 위한 이미지 정치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임박한 선거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고 있을까? 연일 뉴스에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는 상대방 헐뜯기 수준의 구호를 외치는 것에 불과하게 보이고 유권자에게 배달된 선거홍보물 역시 이미지화 된 후보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들의 미래를 맡길지 갈피를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오늘 한국이 처한 선거문화가 아닌가 싶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프랑스 선거과정에 보여준 한 후보의 정책공약집인 ‘인간이 먼저다’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집을 발간한 후보는 장 뤽 멜랑숑 (Jean-Luc Melanchon)로 프랑스 좌파전선의 연대후보였다. ‘인간의 행동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시대에 대한 진단과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명쾌한 대안’을 담았다고 평가되는 이 공약집은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공약과 정책이 사라진 한국의 선거와 프랑스 선거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장 뤽 멜랑숑은 좌파연합의 대표였다. 당시 사회생태적 대안을 위한 연합, 공화국과 사회주의, 프랑스 노동자 공산당 등 좌파계열의 군소정당까지 받아들였던 프랑스 좌파연합은 주류정치계가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에 대한 대안을 정책으로 내세워‘인간이 먼저다(L’humain d’abord)’라는 공약 구호로 4,500만 프랑스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며 올랑드와 사르코지를 위협한 인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좌파들의 현실은 어떤가? 프랑스와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좌파들은 힘을 모으고 보테기 보다는 자신들의 선명성을 앞세워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통합진보당이 후보를 내긴 했지만 얼마만큼 지지를 얻을지 모를 일이다.

 

장 뤽 멜랑숑의 ‘인간이 먼저다’에는 아홉 부문으로 나누어 공약과 그에 대한 대안을 설명하고 있다. 주 35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최저임금 240만 원 보장, 공공분야 80만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건강 지출 비용의 100% 상환, 5년간 연 20만 임대주택 건설, 기업의 금융 소득 세금 부과 등이 그 공양의 핵심을 이룬다. 또한 무엇보다 이 공약들의 실현과정에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를 중시하는 공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약집을 읽어가다 보면 당면한 한국 대통령선거와 비교되는 점이 많다. 대선 후보들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사회구조적 모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또한 이러한 문제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투성인 한국과의 차이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선거에 임하는 것은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후보보다는 후보들 중에서 적임자를 선택해야하는 유권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모든 후보들이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 하지만 그 공약들 속에 인간이 중심에 놓여 있는지 살핀다면 선택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획득과 이를 자파들과 분배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후보들이 높이는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어쩜 유권자들이 그동안 다양한 이유로 흔들렸던 것에도 책임이 있기에 이번만은 올바른 선택으로 후회하지 않은 다음 5년을 기대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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