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 -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
이달희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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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를 거부하지 말자

요사이 광고 한편이 눈을 사로잡는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부터 다 큰 어른까지 엄~마라고 부르는 그 광고 말이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능처럼 찾게 되는 엄마는 무엇일까? 아니 엄마의 무엇이 그런 상황에서 엄마를 찾게 하는 것일까? 사람의 귀소본능에 엄마가 있는 것일까? 이와는 달리 주목받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다른 것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자고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개별화되고 즉각적인 반응에 매달리며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폭넓은 대인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그 무엇에 관계된 것이 아닐까?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바로 현대인이 처한 심리적 상황이 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몸이 표현하는 언어 너머의 언어에 집중하여 사람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접촉’즉, 사람과 사람의 피부가 닿는 그 순간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이야기다.

 

언어 이전의 무엇을 표현하는 몸의 언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적 환경에 의해, 개인적인 차이 그리고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책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다양한 몸의 언어 중에서 접촉 즉 터치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에서 익숙치 않을지도 모를 ‘터치’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과학적으로 터치의 효과는 어떤지 분석하며, 터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를 최근 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성과와 함께 저자의 개인적인경험이 이야기를 더욱 신뢰감을 얻게 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접촉의 경험은 시작되며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접촉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로 꾸며진다.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와 절망의 원인이 어쩜 접촉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적 사례들을 통해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이 둘이 아니며 이 둘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대안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현대인이 관심을 가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치료보다는 몸을 어루만지는 접촉의 힘에 주목한다. 몸과 몸이 만나는 접촉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매만지다, 만지작거리다, 어루만지다, 다독이다’등은 우리말의 접촉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말들이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엄마의 따스한 어루만짐이 곧 배 아픔을 치유해 주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손으로 부드럽게 천천히 어루만져주는 그 경험은 두고두고 엄마를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접촉에 대한 특별한 체험이다.

 

이처럼 접촉은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닫아두고 어쩔 수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출발로 접촉을 말한다. 나를 어루만져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그런 관계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잊지 않고 있는 점은 이러한 접촉이 개별적인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법이나 제도 시스템이 이러한 접촉을 올바로 유지될 수 있는 사회여야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발달된 소통 수단들이 많다. 한시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실시간으로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접촉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쩜 이것이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 당장 가까운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언어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몸의 언어로 존재감을 확인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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