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움을 켜다 - 사랑한 날과 사랑한 것에 대한 예의
최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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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치와 사랑치들의 여행법

세상살이에 지쳐 몸도 마음도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할 때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서 내 마음과 어쩜 비슷한 감정을 가진 작가의 심정에 공감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소중히 넘기며 몰입했던 기억이 말이다. 다음은 최반의 ‘서툰 여행’속의 한 구절이다.

 

“노래가 서툰 사람을 음치라고 하죠. 춤이 서툰 사람은 몸치라고 하고요. 전 마음 쓰는 게 서툴러서' 마음치'가 되었죠. 그래서 사랑에도 서툰 '사랑치'가 되었고요. 마음치와 사랑치를 어쩌지 못해서 떠난 여행에서는 불행히도' 여행치'가 되고 말았죠. 하지만 말이죠. 서툴게 매여진 운동화 끈이라도 풀어지면 언제라도 다시 고쳐 맬 수 있고, 다시 매는 것에 내가 지치지만 않는다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는 걸 여행을 하면서 배우게 되었죠.”

 

‘여행, 그리움을 켜다’는 저자 최반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여행을 떠나고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자신의 시각이 충분히 드러나는 사진과 함께 풀어가고 있는 여행에세이다. 사랑에 서툴러 사랑을 놓치고 나서 사랑한 날과 사랑한 것에 대한 예의라고 부르는 여행을 떠났다. 낯선 길 위에서 스스로를 만나는 행복을 찾아 가는 길이 여행이 아닐까? 최반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바로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뒀던 시간을 떠나 길 위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은 것이라고 보인다. 그의 전작 ‘서툰 여행’과 이 책 ‘여행, 그리움을 켜다’는 그래서 여행이라는 길 위에서 하나로 만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최반이라는 같은 작가의 글을 찾아보는 이유다.

 

연인을 잃을 사람이든 삶이 자신을 외면했다고 느끼는 사람이든 길 위에서 민낯으로 선다는 것은 자신과 세상을 구별하고 격리시키는 일을 끝내고 마음의 벽을 열어 햇살이 전하는 온기로 가슴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저자의 글 속에서 ‘여행을 떠나야 할 때’와 ‘뻔한 얘기’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여행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생활이 요소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여행을 가든 그렇지 못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여행철’이라고 한다. 단풍과 하늘 등 자연이 주는 변화가 그 중심에 잇는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세월의 깊이 만큼 간이 흐르며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도드라져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달콤한 유혹일 것이다.

 

세상살이가 자신을 누르는 무게가 힘겨워지는 것은 어쩌면 서툰 세상살이가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시 최반의 이야기를 찾는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때론 같은 작가의 그 이야기가 강한 울림으로 남아 다시 그와 같은 느낌을 얻고자 하는 때도 있다. 최반의 ‘여행, 그리움을 켜다’는 ‘서툰 여행’에서 받았던 느낌을 다시 느끼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이건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독자로써 느끼는 마음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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