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꽃피운 최순우의 삶과 우리 국보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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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떨리고 사무치고, 홀리고 미치고 취했다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무엇이 산과 들에 흩어져 있는 그곳으로 나를 이끌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보면 마음 설레고 편안하고 때론 안타까움이 일었지만 그것이 딱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내 안에 숨겨져 내려온 조상들의 유전자가 이끌지 않았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찾아다니며 가슴에 담아온 우리 문화유산이 여전히 역사와 유물에 관심가지며 찾아보고 공부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난 오늘도 역사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역사와 우리문화의 관심은 내 안에 머물며 홀로 자족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있어서 일까? 유독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글을 접하면 묘한 흥분이 일어난다. 나를 이런 경험으로 이끌어준 사람으로는 문화답사의 유홍준이 있었고 무량수전배흘림기둥의 최순우와 우리그림 사랑의 오주석이 있었고 그 외 손철주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책을 통해 만나서 혼자 그리워 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 하나 둘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해 알아가고 우리 민족이 가진 멋과 풍류를 머릿속으로 나마 알고 그것들을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충렬을 통해 간송 전형필을 만났고 이제 다시 혜곡 최순우를 만난다.

 

이 책‘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는 저자 이충렬의 ‘한국 문화예술인물사 시리즈’로 간송 전형필에 이어 두 번째 혜곡 최순우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최순우는 국립중앙박물관 원장으로 한국 박물관의 산 역사와도 같은 사람이다. 일찍 그를 그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통해 그가 우리문화유적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만난 최순우는 우뚝 선 거대한 산으로 다가온다.

 

최순우는 1916년에 태어난 개성 출신으로 일제식민지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으며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국내외적으로 그 위대함을 알리기에 온 힘을 다해 산 사람이다. 일제로부터 넘겨받은 국립박물관시절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관장을 역임하고 죽는 순간까지 그의 삶은 온통 우리문화재에 쏠려 있었다. 버려진 석탑, 청자와 백자의 파편조각 등을 통해 우리민족의 미의 원형을 찾고 세계 속에 알리면서 박물관을 지켜온 것이다. 때론 고보 출신이라는 학력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혜곡의 삶을 연대순으로 그려가고 있다. 그 속에는 혜곡의 생애뿐 아니라 우리니라 박물관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으며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간관계 속에서 그들이 보였던 문화재 사랑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고유섭과 최순우, 그리고 전형필을 비롯한 호림 미술관의 윤장섭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문화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 책은 혜곡 최순우의 삶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그의 사랑을 담은 글들을 볼 수 있다. 각 종 매체를 통해 우수한 우리 문화재를 알리고자 애썼던 그의 흔적을 곳곳에 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저자 이충렬이 혜곡이 발표한 문화재해설 280편, 미술에세이 205편, 논문 41편 등의 관련 자료와 혜곡이 활동하던 당시 주요 일간지, 박물관의 관보와 보고서까지 모두 섭렵하여 ‘혜곡 정신’을 완벽하게 복원하고자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혜곡 최순우의 삶을‘설레고 떨리고 사무치고, 홀리고 미치고 취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처럼 혜곡의 삶을 표현하는 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는 사람을 ‘설레고 떨리고 사무치고, 홀리고 미치고 취하게’만드는 우리문화재의 세계와 그 세계에서 살다간 최순우에게로 안내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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