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3대 논쟁
이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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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진실을 담고 있을까?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가끔씩 이런 의문이 들곤 한다. 같은 일을 두고서 책과 책 사이에 다른 의견을 접할 때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간하기 힘들 때면 무엇을 근거로 삼아서 그 진위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에 담긴 내용에 앞서 우선 그 책의 저자에 대한 정보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다양한 경로로 접한 저자의 책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얼마나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살펴 그 저자를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다. 특히, 저자의 가치관이 더욱 중요한 ‘역사의 해석’에 관한 내용이라면 저자의 중요성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학계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역사해석에 관한 문제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덕일과 일부 학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역사논쟁이 그것이다. 동일한 사건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나 다른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된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이재호의 ‘조선사 3대 논쟁’을 통해 다시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서울 노량진의 사육신 묘역에 사칠신 묘소가 있는 이유, 이이가 주장했다는 십만양병설의 진위 여부, 의도적으로 폄하된 이순신에 대한 평가’ 등 조선시대의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담고 있다.

 

'사육신, 유응부인가 김문기인가'는 1977년 국사편찬위원회와 어용학자들이 사육신 중 유응부를 김문기로 대체하려는 역사 날조극을 자행했고 1978년 서울 노량진 사육신 묘역 조성 당시 권세가(김문기의 후손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작용으로 기존 사육신의 묘와 함께 김문기의 허묘와 위패를 추가로 봉안함으로써 사칠신 묘소가 되었다는 것, 또한 ‘율곡 이이는 실제로 십만양병설을 주장 했나’는 ‘선조수정실록’을 비롯한 ‘율곡전서’에 수록된 김장생의 ‘율곡행장’, 이정귀의 ‘율곡시장’, 이항복의 ‘율곡신도비명’, 송시열의 ‘율곡연보’ 등 몇몇 기록에서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전쟁을 예견해 ‘십만양병설’을 주장했으나 서애 유성룡이 반대하여 무산되었으며, 이 때문에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전란을 초래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그리고 ‘이순신과 원균, 누가 진정한 구국의 명장인가’는 ‘인물한국사’와 ‘원균 그리고 원균’이라는 책에서 기존의 이순신과 원균의 이미지를 뒤집는 일이 있어났다.

 

왜 이처럼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이나 폄하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사물을 보게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보고 싶은 것 만’을 보게 된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역사 왜곡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제한된 기록물을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시각으로 바로 볼 때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인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 틈이 역사해석의 어려움이며 또한 왜곡이 발생하는 지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를 이용하는 학자라면 그 사람이 이미 학자로써의 이미 자존심을 버린 사람일 것이다. 한 개인의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치더라도 역사는 개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책 ‘조선사 3대 논쟁’에서는 세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 역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 그 역사를 잘 못 이해하게 만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역사를 이어 받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결국 개인과 역사를 함께하는 한 민족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역사를 올바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와 맥을 함께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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