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5 - 1
신아인 지음 / 아이웰콘텐츠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1535 (1, 2)
신아인 저
IWELL(아이웰콘텐츠) | 2012년 05월 04일

 

역사에 대한 가정이 의미 있으려면...

과거는 이미 지난시간이기에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자꾸 역사에 대한 가정을 해 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히, 텔레비전드라마나 역사소설 등을 비롯한 문학작품에서 보여 지는 역사적 가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때론 사실처럼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잊혀진 역사를 현실로 불러와 우리들에게 현실의 문제에 대한 자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역사에 가정이 유의미한 까닭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지난 시간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우리들에게 보다 유익한 시간으로 채워가기 위해서 말이다.

 

신아인의 소설 1535 1, 2는 모두가 다루기 조심스러워하는 우리의 역사 중 한 시대를 살피면서 몇 가지 이러한 역사적 가정을 전재로 한다.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에게 패배의식을 심어준 그 시대에 사실과는 다른 가정을 통해 새롭게 그 시대를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보인다. 만약, 지배자 일본인 위에 선 조선인 귀족이 있었다면? 만약, 총독을 암살하려는 일본인과, 이를 막으려는 독립군이 있었다면? 만약, 조선 땅 지하에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비밀 통로가 존재했다면? 등 이와 같은 몇 가지 가설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신아인의 소설 1535는 한일단의 근거지가 되는 경성대장간을 중심으로 총독부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와 같은 심리적인 요소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정민석, 요코야마 미유키, 이무영, 서혜림, 이수찬, 박영수, 윤지은 등 등장인물들 사이에 얽힌 갈등의 요소들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도 않다. 특히, 정민석과 미유키 그리도 이무영간의 관계설정은 아무리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적과의 동침과 이후에 벌어지는 갈등의 요소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되는 이유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제시대와 같이 민족의 운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민족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한 독립운동에 매진한다.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문학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일상적 즐거움이나 안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전형적인 독립투사의 모습으로 그러지기 일쑤였다. 신아인의 소설 1535에서는 그러한 독립투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립군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민족의 해방이나 독립 등과 같은 대의와 자신의 개인적 복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갈등하는 모습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과 동료들을 배신하게 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가 대부분이다.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이력이 어쩌면 이 소설이 드라마 제작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재로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과 이야기의 마무리가 조급하게 처리된 점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남다른 가정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긴 이야기를 단숨에 읽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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