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 다산과 추사가 사랑한 초의 선사의 우리茶 기행
박동춘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차를 통한 사람 사이의 소통

지인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차 한통을 선물 받고 아껴 마시는 기억이 있다. 차에 대한 특별한 취향이 있다거나 차도에 대한 나름대로의 격식을 갖추기도 전에 차 맛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정을 가슴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던 차다. 하지만, 차를 즐겨 마시거나 찾아 마시는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기에 그저 가끔 손님에 올 때 접대하거나 어쩌다 마음이 동하여 혼자 마시곤 한다. 나의 이런 차에 대한 마음이 나름대로 국한된 경향을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연히 차를 좋아하고 좋은 차를 찾아다니며 차 모임을 하는 사람들 자리에 함께한 일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차에 대한 생각과 모습에서 차를 왜? 마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차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지나친 격식과 그 격식에 동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싫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차 자체가 주인공이면서 사람은 그저 차를 따라가는 것 같은 모습에서 주객이 전된 듯한 어색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의 옹졸함이 그 출발이겠지만 그 후론 그저 내가 좋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것이 차를 대하는 태도로 올바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잘 알지 못하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부지기수로 만나게 된다. 이런 편견을 바로 잡는 기회도 때론 우연히 찾아오는 것 같다. 그것은 남도 출신이면서 서울에 살다가 다시 고향에 터를 잡고 문학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 한승원의 작품을 통해서 이다. 초의, 다산, 추사로 이러지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 다산 정약용이나 추사 김정희처럼 자신의 독특한 지위를 확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초의와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며 이들 상호간이 관계를 이해할 때 개별적인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박동춘의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는 바로 차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차의 중심에 있었던 초의와 추사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고려시대 활발했던 차 문화가 조선에 들어와서 명맥을 유지하지도 못할 만큼 사라진 상황에서 중국과는 다른 우리 차를 복원하고 조선 후기 사대부들 사이에 차 문화를 형성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초의가 차를 접하고 만들어 온 과정과 이를 추사를 비롯한 신위와 같은 사람들이 극찬하게 차가 가진 본래적인 기능의 찾아 본래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과정에 대해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풀어가고 있다.

 

초의차의 계보를 이어온 저자 박동춘은 30여년에 거쳐 차를 만들어 온 사람으로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온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은 바를 이 책에서 초의 선사의 행적을 찾아 가는 형식을 통해 밝혀놓고 있다. 이런 행적에 대한 추적은 관련 유적지에 대한 답사와 문헌자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간찰을 통해 개인 간 교류와 사적인 감정을 비롯해 초의선사 그리고 초의차와 관련된 사람들의 관계를 조망하고 있다.

 

학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이 차를 만들어 온 경험과 긴밀히 결합되어 차와 사람에게 한발 더 깊숙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차와 관련된 간찰과 그림 등이 함께 실려 있어 주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부록처럼 붙어 있는 인물목록은 조선 후기 초의와 추사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고 빛나게 했던 사람들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알 수 있게 하여 다양하게 관계를 통한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세심함까지 보여준다.

 

차는 불가에서 참선을 하는 스님들에 의해 이어져 온 것이 사대부를 중심으로 넓혀지며 오늘날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오늘날 차가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애용되어질 수 있는 기초에 초의 선사의 노력에 의해 복원된 초의차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런 일을 한 초의 선사를 사람들 사이에 새롭게 조망 받게 하고 있어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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