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 일본군 자살특공대원으로 희생된 식민지 조선인
길윤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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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서 개인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는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이나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지식이들 대부분이 말하는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북 분단 상황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제식민지잔재의 청산을 꼽는다. 이 두 가지가 오늘 한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남북이 갈라진 상태로 그것도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협정 상황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민족의 통일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부분이다. 정치권력의 편의주의적 속성에 의해 민족적 과제가 오락가락하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어쩜 요원한 문제가 아닌가도 싶다. 그에 버금가는 문제가 일제식민지의 청산문제다. 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이미 완결된 상태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일제식민지 청산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일제식민지의 잔재는 오랜 시간이 지낸 지금도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들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는 조선인 카미카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새로운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인다. 일제의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 정신대도 그것이며 강제징용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주목하는 새로운 문제는 가미카제특공대에 조선인이 있었다는 점이다. 가미카제특공대는 패색이 짙어가던 태평양정쟁에서 일본이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특공대를 말한다. 천황의 방패로 제국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특공대에 조선인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들이 특공대에 참여하게 된 동기에서부터 일본이 자살특공대를 창설하게 되는 배경과 진행과정 그리고 조선인의 활동상황에 대해 밝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인들은 왜 이런 자살특공대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일제의 식민지정책에 의해 삶의 상당부분이 지배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로가 불투명한 상태를 개선하려는 점 그리고 비행기에 대한 개인적 열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제적인 방법에 의해 동원된 경우가 주를 이루지만 자발적으로 입대한 경우도 있다. 이 모두는 출발점이 다르지만 결국 조선을 지배하고 있던 제국주의 일본에 협력한 결과를 낳았다. 마지못해 선택했던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입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이해요구보다 민족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돌파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과는 달리 암울하기만 한 상황을 벗어날 기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보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거리가 많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제한된 상황에서 교육을 받고 일보 전투기를 몰아 연합군 배를 침몰시키기 위해 요격에 나섰다. 이 점에선 누가 뭐라고 해도 친일부역자나 친일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갈등하고 그 길에서 뛰쳐나와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넘겨야 옳은 일일까? 이 점이 딜레마다. 이것은 가미카제 특공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제식민지 기간 동안 조선인에게 피할 수없는 일로 다가왔을 것이며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선책을 한 것이 아니기에 판단의 기준은 이미 마련되었다고도 보인다. 해방 후 한국의 사회 곳곳에서 친일파들이 득세한 것처럼 비행기술을 익힌 특공대원들에 의해 대한민국 공군과 민간항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친일의 최전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살특공대에 지원하고 죽음을 맞이했거나 살아남아 한국 사회에 일조한 사람 모두 선의의 피해자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저자 역시 이점에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판단을 미뤄두고 있다. 이처럼 판단을 미뤄두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근본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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