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편지
김용규 지음 / 그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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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희망은 자연으로 돌아감 속에 있다

사람들은 왜 나무와 풀 등 자연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 물음에 앞서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어 보인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근원과 관련된 잃어버린 기억과 결부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분리하고 사람이 자연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살아왔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해서 얻어진 것이 무엇일까? 어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 자연과 나무들에 대한 관심은 그 근원으로의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러한 현대인들의 그 근원으로의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어떻게 표현되는 것일까? 가까운 숲을 찾아 거닐며 협소한 공간에서나마 자연을 체험한다거나 산이나 들로 다니며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 짧은 시간일지라도 노닐거나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시골로 거처를 옮기기도 한다. 방법이야 어떻든 이 모든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또한 여의치 않아 마음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과감하게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며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이 책 숲에서 온 편지의 저자 김용규이다. 그는 벤처회사의 CEO로 살면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져있음을 느끼며 삶의 근거지를 옮겨 산 속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산 속에서 생활한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는 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며 얻은 삶의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담긴 책이다. 편지글 형식으로 된 이 이야기는 편지를 쓰는 사람의 일상이 중심이 되지만 내용의 핵심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다.

 

바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마음 한구석에 대한 담백하고 솔직한 저자의 애정 어린 마음이 그것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생명이라곤 아무것도 없을 것 같기만 한 겨울부터 시작된 편지가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숲에서 살아가며 자신과 숲의 공감 속에서 이뤄진 소통의 정서를 친근한 벗에게 내 보이듯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가족과도 같은 개 두 마리와 자신을 받아준 숲의 주인 나무 그리고 농사를 준비하고 지어가면서 느끼는 삶의 본질을 이웃이며 친구인 사람에게 자신이 느끼는 그 충만한 감동을 나눠가지고 싶은 마음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하여 그간 보낸 편지글 속에는 사람을 향한 따스한 온기가 넘친다.

 

하지만, 편지글 속에는 마냔 좋은 것만이 담긴 것은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새로운 삼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할 마음의 무게가 있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부담해야할 경제적 빈곤과 같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난도 산 속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도 오히려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만족감으로 상쇠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산 속 상활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그러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개척하고자 선택한 삶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5년에 걸쳐 그가 걸어온 숲 해설가로, 농부로, 숲학교 교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행보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점은 편지글 속에서 나타난다. 매 편지글은 특정한 사건이나 일로 시작되지만 마무리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만한 일들에 대한 저자가 자연과 함께 살며 배운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그가 전하는 당부의 말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 그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우리의 사계절 중 주목받지 못하는 계절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봄만큼 좋은 시기가 있을까 싶다. 가을날의 하늘빛에 어울리는 단풍보다 더 신비로움으로 다가오는 계절이 봄이다. 결실의 계절을 지나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은 그런 봄을 준비하고 맞이하기 위해 자연에게 꼭 필요한 시기이기에 새로 맞이하는 봄이 찬란할 수 있음을 저자는 알고 있다. 그 봄을 맞아 사람을 향한 마음이 간절하게 녹아 있는 저자의 편지가 우리들의 생활 한구석에 전해져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에 봄향기가 전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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