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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30년 -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
한기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 현대사를 함께한 책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문화의 영역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만들어지는 시대의 흐름과 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 말은 의미를 가진다고 보여 진다. 그렇게 책 속에 담긴 세상은 독자들과 소통하며 다시 당대를 이끌어갈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특정한 책이 주목받아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른다. 베스트셀러란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이라는 의미로 통하기에 이를 통해 그 어떤 기간에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유를 따져보면 그 책에 담긴 내용이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부키출판사의 대표는 베스트셀러가 ‘사회적 관심의 반영 내지는 투영’이라는 말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사재기와 같은 베스트셀러 조작이나 마케팅 자원의 집중포화를 통해 베스트셀러 만들기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사의 반영이나 투영에 일정정도의 제약과 한계를 가진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베스트셀러란 ‘책을 주로 읽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할 뿐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공감하면서도 책에 반영되어진 트렌드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들을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교보문고에서 발행한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베스트셀러 30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발행된 책들 중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교보문고 연도별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기본으로 하였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행한 책들의 흐름과 이 흐름이 반영된 사회정치적 배경들과 책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베스트셀러 30년’은 10년을 단위로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10년 단위로 나누고 다시 각 해당년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원고상태에서 출판사를 떠도는 책이 우연히 한 출판사에 눈에 들어 세상에 빛을 발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이야기나 책의 기획, 집필, 편집, 제작, 홍보·마케팅 등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 보면 확인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에 담기는 시대의 실상과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책이 ‘세태와 시대정신’을 담는 도구로 활용되어온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를 이념의 시대이자 불의 시대, 시의 시대이자 대하소설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살피는 책의 목록을 보면 저자가 왜 그런 규정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대에 청춘의 시기를 보내며 책과 본격적으로 접한 독자의 한사람으로써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다. 또한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회상을 반영한 책들의 목록의 변화는 곧 우리가 온 몸으로 살아온 시대의 또 다른 표현처럼 다가온다. 책은 그렇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도 하고 자본의 논리나 정치적 이해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던 실상을 살필 수 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아홉 가지 법칙, 21세기 한국 밀리언셀러의 여섯 가지 유형, 불황에는 불륜소설이 뜬다와 같은 이야기는 출판계에서 통용되는 에피소드처럼 다가와 책과 관련된 흥미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는 대부분 책을 일정 정도 읽으며 자신만의 관심사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베스트셀러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은 출판사의 마케팅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이 발표되는 이유 중 분명 하나이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책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인류 역사와 그 맥을 함게해 온 책은 앞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책이 이러한 가치를 간직하는 한 책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어떤 형태로든 반영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