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 - 한국고대사 천 년의 패러다임을 넘어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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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뿌리를 찾아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일까? 알고 있는 사실의 진위 여부는 어디서 배웠는가에 의해 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사실이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믿음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경로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알게 된다. 이때 오는 혼란스러움을 때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정치권력의 성격이나 정치적 상황과 환경의 변화에 의해 주목하는 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특히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자신의 삶의 근거가 되는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정체성은 개인의 경우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역사 교육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정규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을 선책의 문제로 전락시키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 당국이나 학계에서 해내지 못하는 일을 재야 학자들이 해결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안도감이 함께한다. 재야 사학자들의 노력이 없다면 진실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록을 바탕으로 살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천 년이 지나 기록마저 사라져버린 역사를 올바로 밝혀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재구성하여 사라진 기록과 남아 있는 기록 사이를 연결시켜 단절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야 말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이 일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강화되어가는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지위를 높여갈 수 있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의 저자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는 적극적 방안으로 우리 자신이 잘못알고 있는 역사의 흔적을 올바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사 왜곡은 우리 역사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기에 이에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향후 국제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나갈 근거를 잃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 시각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시기는 고대 역사인 고조선이다. 고조선은 우리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지만 고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만들고 있다.

 

사라진 역사의 흔적들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단편적인 기록들을 면밀하게 살펴 해석하고 추론하며 기록과 기록 사이에 다리를 놓아가면서 복원하는 일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적 이해를 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우리는 떨어뜨려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특히 고대사의 경우는 남아 있는 사료의 부족으로 중국의 사료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록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라의 근거가 될 땅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땅이고 이로부터 고대사는 함께 공유되는 부분이 많다. 저자가 중국 고대사의 기록을 중심으로 살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단군신화로 시작되는 고조선에 대한 이해에서 무엇이 중심인지를 다시 살피게 한다. 고조선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은나라를 비롯하여 그 당시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고 단편적인 사료들에 한정되는 측면이 강하기에 추론하거는 부분이 많지만 사료와 사료사이의 연결 다리가 때론 명확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어 이 연구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보여 진다.

 

고조선이 사라진 후 그 후예들의 진출 경로를 밝히는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지평을 확대하며 풀리지 역사적 의문을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이후 나아갈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보인다. 바로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소 중화주의나 국수주의 같은 역사를 보는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현실의 우리 역사학계나 역사 교육에 대해 자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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