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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ㅣ 돌베개 왕실문화총서 3
심재우 외 지음 / 돌베개 / 2011년 12월
평점 :
조선사회를 바라보는 한 통로, 왕
인간에게 권력 욕구는 무한한 것일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목숨이지만 권력은 때론 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접한다. 그만큼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권력의 최고 정점은 민주제에서는 대통령이며 왕조 국가에서 왕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그 정점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권력은 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조선을 사대부의 나라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서 사대부의 나라였다는 점은 왕조 국가에서 왕고 더불어 권력의 한 축을 사대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 권력의 한 축이었던 사대부들에 관한 연구는 많은 책들을 통해 접했지만 다른 한 축이었던 왕에 대한 접근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기에 그만큼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았을 것이고 ‘왕’이라고 하는 단어가 주는 카리스마에 의해 지래짐작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대부분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공적인 측면에 치우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왕을 이해하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진들이 모여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한마디로 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살피고 간추려 권력의 최고 정점에서의 왕으로부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망라한 연구 결과의 총화라고도 볼 수 있다. 왕은 곧 국가라고 보았던 측면에서 왕의 존재와 존재방식 그리고 그들이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구중궁궐 속 왕의 진면목을 살피기에 아주 적절한 텍스트로 여겨진다.
‘조선의 왕실과 궁중문화는 유교 통치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핵심이며,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의 중심축이었다.’고 평가는 왕과 궁중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조선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절름발이 식으로 조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말로 들린다. 이 점이 왕을 주목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왕에 대해 살피는 것에는 ‘왕의 권위와 역할’, ‘국왕의 하루 엿보기’, ‘왕의 사생활’, ‘한시漢詩로 보는 국왕의 문학’, ‘국왕의 건강관리’ 등으로 구분하여 접근하고 있다. 이는 조선의 공식적인 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왕이 남긴 여타의 기록물을 통해 조선 왕의 일상생활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사회에서 왕은 온전히 권력을 향유하는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순간부터 왕은 수많은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다. 유교의 가르침에 의해 올바른 군주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했으며 관료의 임명에서도 절차에 따라야 하고 천재지변에도 책임을 져야 함과 동시에 백성을 위해서 끊임없이 민정을 살펴야 했다. 또한, 대부분의 왕들은 은밀한 사생활까지 정해진 법규에 따라 간섭을 받아야 했다.
국가의 상징, 최고의 권력자로써의 왕에 대한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유교국가에서 왕의 존재근거와 방식 그리고 삶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묘호가 정해지는 과정, 관료 임명에 거쳐야 하는 수순, 경연을 통한 공부, 먹고 입는 문제에서 잠자리 등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설명에서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설명해 주는 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한 부분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람들은 가끔 왕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하지만 왕은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왕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인지를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권력에는 책임과 의무가 반드시 수반됨을 왕도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권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