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 오래된 지식의 숲, 이수광의 지봉유설
이철 지음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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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을 읽는 눈, 지봉유설

최근 선비들에 대한 시각이 다양한 각도에서 도출되는 것을 본다. 대의, 명분, 청렴 등 그동안 선비를 지칭하는 말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의 선비가 주목받으며 선비정신을 우리시대를 이어갈 정신적 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선비들이 과연 그럴만한 행보를 보였는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김연수의 ‘조선 지식인의 위선’(앨피, 2011)에 바로 그러한 시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웅의 ‘유배, 권력의 뒤안길’(청아출판사, 2011)에서도 유학의 이념을 실천한다는 사대부들이 보여주는 것은 의외의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선비들이 가지는 의의를 편협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선비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 중에서 학문하는 학자로써의 측면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되는 책이 있다. 알마출판사에서 발행한 이철의 ‘조선 백과사전을 읽는다’ 가 그것이다. 이 책은 오래된 지식의 숲이라는 부재가 붙어있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대부 한사람인 이수광의 지봉유설을 통해 조선시대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다. 이 속에서 학문하는 선비의 한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유설’이라고 하면 조선 선비들이 학문하는 흐름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것이 바로 경학이라고 표현되며 지식백과에 의하면 경학은 ‘중국 유가 경전의 글자, 구절, 문장에 음을 달고 주석하며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유설이 의미를 가진다고 보인다. 유설이란 유서와 비슷한 말로 사물과 지식을 그 속성에 따라 분류해 기록한 책이다. 광범위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분류, 편집하고 자신의 의견을 붙인 것이다. 한마디로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수록한 것이다. 이런 부류의 책으로 조선시대에 발행된 이수광의 ‘지봉유설’과 이로부터 100여년 뒤에 출간된 이익의 ‘성호사설’ 그리고 조선 후기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이 있다.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에서 저자는 지봉유설을 기본으로 하고 성호사설을 참고하면서 당시 조선 사회를 읽어간다. 지봉유설에는 학문하는 선비의 기본이 되는 것이 경학이기에 단연코 이와 관련된 분량이 많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 지리, 풍속, 언어, 음식, 기담, 문화 등 당시 접할 수 있는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 당시 사회를 이끌어갔던 지배층의 시각을 알 수 있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알 수 있다는 점이 그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의 공식적 기록물인 왕조실록에는 기록되지 않은 점도 기록되어 있어 사료적 가치로도 높게 평가받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지봉유설에 선별한 내용을 통해 당시의 시대를 읽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100여년의 차이가 나는 상호사설과 비교분석한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100여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통해 시회를 관통하는 사상의 흐름과 더불어 백성들의 삶의 변화도 살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성리학이라는 학문이 변화되어 가면서 경직화된 모습, 세계 지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조선에 전래된 외래 물품이나 신분사회에서 노비를 바라보는 시각 등이나 백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풍속 등에 대한 다른 의견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이 살았던 시대는 조선이 건국 된지 200여년이 지난 후였으며 임진왜란 등의 전란을 겪었으며 사림들의 당파 싸움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또한 중국을 통해 새로운 학문이 들어오며 실학이라는 학문의 맹아가 싹트는 시기였다. 즉, 경학의 시대를 넘어 실학의 시대로 이행하는 변혁의 시대였다. 이런 때를 반영하는 지봉유설에 담긴 당시의 상황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조선 사회의 풍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두 선비의 저서를 통해 그들이 지향했던 사회에 대한 이증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학문과 실생활의 접목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사상적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혁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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