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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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끝낼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난밤엔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빛나고 달빛에 좋았다. 시골집 마당에서 바라본 하늘이 있더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어제 밤에는 하얀 달빛에 달랑 별 하나만 보였다. 그나마 그 별이 있어 달이 외롭진 않았겠다는 생각이다. 지구의 그림자인 달은 늘 지구를 향해 눈길을 보낼 테지만 그 달을 보는 별은 또 어떤 마음으로 달 곁에서 머물고 있을까?

 

이런 밤이면 벗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창문으로 파고드는 달빛에 혹시나 그리운 이의 그림자라도 비칠까 자꾸 창으로 눈이 가는 밤에 더없이 좋은 벗으로는 라디오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깊어가는 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마음들이 서로의 시린 가슴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이야기를 밤하늘로 쏟아 올려 세상의 시린 가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라디오이니 시린 가슴이 먼저 알게 되는 것이리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녀가 말했다’는 그 라디오가 매개가 되어 만들어 내 놓은 이야기다. 라디오 구성작가인 김성원은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서툰 몸짓으로 하루를 엮어가다 쉬는 시간인 밤에 다른 사람들의 쉼을 위해 불을 밝혀야 하는 라디오 심야프로그램에서 그녀는 말을 했다. 수많은 청취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세상과 만나는 것이리라.

 

그녀는 깊어가는 밤과 벗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라디오와 함께 깊어가는 밤을 밝히는 대부분은 청춘의 시절을 아프게 보내는 사람들이다. 취업 걱정, 다가올 미래를 설계하며 때론 가슴 가득 담아둔 사람에 대한 못난 마음으로 뒤척이는 청춘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한다. 자신이 살아오며 경험했던 바를 바탕으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을 모아 밝아올 내일에는 찬란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섬세한 사람들은 자주 다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며 예민한 촉수를 통해 예술을 창작하기도 한다.’

 

깊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인 밤하늘과 벗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감성의 소유자가 많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런 사람들은 자주 다친다. 마음이 여리고 예민해서 내것을 그냥 다 내주면서도 아파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며 겪는 일에서부터 한번쯤 가슴 속에 담아두고 열병을 알았던 사람들의 가슴앓이가 있기에 이건 ‘내 이야기야’라는 공감이 존재한다. 때론 우리를 삶에서 두발 딛고 살아갈 힘을 주는 삶의 지혜는 거창한 사상가나 철학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늘 상 대하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발견한다. 그녀는 바로 그러한 사소한 것들이 가지는 힘을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밤삼킨별이 찍은 감성사진들이 그 공감을 더할 수 있게 만들고 있어 한층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한다. 어쩜 살아가는 동안 그 이야기는 영원히 끝맺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청춘의 가슴을 울리는 그녀의 이야기는 깊이를 더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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