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 언제 어디서든 거부할 수 없고, 상관해야만 하는 질문
마르틴 부르크하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그럴까?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자

책과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도 철학은 낯설게 다가온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에 다양한 학문이 그렇다. 왜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일까? 혹 그동안 학문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에게 학문과 관련되어 나름의 성을 쌓아두고 접근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해 본다.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며 그 영역은 자신들뿐 아니라 이웃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정해주는 분위기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학문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표현하는 방식이 일반인들과 다소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일반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러한 벽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학문과 일반 대중 사이에 벽이 생기고 그로인해 편견이 날로 강화된다면 이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인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학문의 영역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동 떨어진다면 그 학문이 본래적으로 가지는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하여 그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해 가고 또한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지향을 한층 높여가려는 것이 학문의 출발이라고 할 때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은 출발부터 학문에 대한 기존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거창한 이론이나 학설에 의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할만하다. 바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지극히 당연하고 사소한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하면서 그렇게 당연하면서 사소한 것에 담긴 심오한 뜻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 안에 깃들어 있는 철학과 사상의 역사’다. 당연하고 사소하게 생각되는 키워드로 저자가 선정한 것들을 보면 금방이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알파벳, 동전, 하느님 아버지, 김나지움, 수사학, 진리, 법률, 십자가, 순결, 아르바이트, 시계, 세금, 개인, 자연, 역사, 진화, 섹스, 정보, DNA 등이다.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것들이 과연 당연하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저자가 당연하고 사소하다고 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러한 것들은 동전이나 알파벳처럼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정치, 국가, 역사나 경제와 같은 다소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당연하고 사소한 것에 해당하는 키워드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그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근원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키워드의 원작자를 대부분 찾을 수 없다는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키워드의 의미가 담고 있는 본래의 뜻을 찾아 그 말의 어원까지를 살핀다. 그 속에서 자자가 주장하고 싶은 의미를 찾고 이를 통해 본래적인 사물이나 단어의 핵심으로 들어가고 있다. 철학과 사상의 근원에 대해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익숙한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이 사상가나 철학자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명제다. 이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분명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철학적 명제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며 마지막에 남는 것은 바로 철학이나 사상의 핵심을 담은 명제가 남는다. 이러한 명제는 수 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인간의 근본에 대한 유효한 질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자자의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하고 사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은 결코 아니다. 근본으로 시작점으로 찾아가 그 출발로부터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기에 그 시작점에서 보는 것은 진중하고 무거운 생각으로 연결된다. 바로 철학과 사상이 그것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철학은 의문에서 시작한다고 전재했듯이 의문할 수 있는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에 방점을 확실하게 찍고 있다. 또한 너무도 사소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속에 그토록 깊은 사유의 결과가 담겨 있는 것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 하여, 우리 일상에 늘 익숙하게 접하면서도 그 구체적 실체에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생각의 습관을 돌아보게 만들기에도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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