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대리만족으로 충분할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경로로 접하게 된다. 요즘은 흔히 외국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보다는 책을 통해 듣고 보는 경우가 그것이다. 여행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기에 여행후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 취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다양한 여행후기들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흔하게 접하게 되는 여행기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행기를 대부분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쉬고 즐기는 것을 굳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행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행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치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 책으로 발간한 것이 아닌가 싶은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을 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상실감은 이미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 할 것이다. 마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강요하는 듯한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시각을 기본으로 ‘허영만의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라는 책은 일단 온천과 먹을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 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 중 하나인 온천여행과 먹을거리를 결합하여 소개하고 있다. 허영만과 먹을거리는 이미 허영만의 전작 ‘식객’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기에 그 후광을 입어 더 관심을 가게 만든다. 

만화가 허영만과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작업한 이 책의 공동저자 이호준이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는 여행은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보고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감을 느꼈느냐’에 달렸다는 말에 공감한다. 2년에 걸쳐 일본의 13개 지방 22현을 돌아보며 일행이 느끼고 담았던 ‘행복감’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그들의 여행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키타를 시작으로 홋카이도까지 일본의 13개 지방을 돌아본 여행기는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주제가 되고 있는 온천에 대한 소개와 먹을거리, 볼거리 그리고 그 안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구석구석 살펴보기와 그 지방 여행을 마치며 여행후기와 같은 또 다른 이야기 순으로 엮었다. 여행지마다 친절한 안내를 담고 있는 관광 안내지도와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 담겨진 그들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어서 일 것이다. 

온천이 발달한 일본의 독특한 목욕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그들이 현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먹을거리에 대한 소개에서도 단지 그 음식의 맛에 대한 느낌을 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각 지방에서 생산한 소재로만 음식을 만든다든지 이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용하여 지역특성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통해 우리의 음식문화와 비교한다. 무엇이 옳은가는 독자들의 판단으로 넘기고 있지만 행간에서 보여주는 것은 이미 알 것 같다. 또한 다양한 사진자료와 만화가의 특색을 담은 그림은 상상을 넘어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어 내는 장치로도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맛있는 휴식 여행’ 누구에게나 바라는 기회가 아닐까? 누군가 그렇게 잘 보네고온 여행에서 대리만족이라도 좋으니 공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소망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허영만의 맛있게 잘쉬었습니다’에서 그림의 떡이라는 느낌을 얻었다면 지금 당장 가까운 곳에 가 자심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함을 찾아 가길 바란다. 그 역시 이 책에서 얻은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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