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
정의한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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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여행 다닐 뿐인 시각에 갇힌 라오스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그러기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는 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든다. 현대인들이 걷기, 쉼, 산행 등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자신의 주 활동 공간을 벗어나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끽하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과의 대화를 갖는 기회를 만들곤 한다. 다른 이름으로 여행이 그것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여행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에 나다니는 일,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 등을 말한다. 비슷한 의미의 말로 관광이 있는데 이는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광, 풍속, 사적 등을 유람하는 일이고 한다. 딱히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 대상을 돌아보는 동안 무엇에 중심을 두느냐가 아닐까 싶다. 즉, 여행하는 동안 나를 제외한 대상에 주목하는 것이 관광이라면 대상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주목하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몇 해 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시간을 흘려보낼 권리’라는 주제를 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알려주는 책을 통해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최갑수의 ‘목요일 루앙 프라방’(예담 2009)은 바로 여행을 통해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었다. 최갑수는 라오스의 한 도시인 루앙 프라방에 머물며 스스로에게 쉼의 시간을 주었다. 그 쉬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돌아 본 심정을 글로 옮기고 엮어 책으로 발간 한 것이다. 

정의한의 이 책 ‘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는 최갑수가 방문한 루앙 프라방이 있는 라오스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여행하며 보고 듣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두 책의 저자가 보여준 여행 일정은 같지 않지만 같은 곳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을 방문했다는 점에선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정의한이 보여주는 루앙 프라방과 최갑수의 루앙 프라방은 달라 보인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곳을 다시가도 똑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방문한 느낌을 봐도 여전히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최갑수에게 루앙 프라방은 스스로에게 ‘쉼, 머뭄’의 혜택을 주고자 했다면, 정의한에게 라오스는 대상과 자신의 교감 속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길이 아니라 대상을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여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방문하지만 다른 곳을 방문한 것처럼 달리 보이는 이유가 이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정의한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는 라오스는 독자인 나에게도 대상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행일정의 거점 도시를 방문하고 처음으로 하는 일이 하루 이틀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행자에게 머물 공간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의 가치를 희석할 마음은 없지만 유독 머물 공간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의한의 라오스 여행기는 독자인 나에게는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이 여행기에는 라오스의 낫선 풍경이 주는 자연환경의 매력이 뛰어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라오스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전해주는 것도 인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정의한은 무덤덤한 눈으로 그저 흘러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전부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기에 백번 양보해서 여행자의 마음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기도 한다. 

‘넌 지금 단지 여행을 다니고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라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저자가 붙인 이 책 제목이 ‘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다. 늦게 와서 미안할 정도로 라오스가 매력적인 나라인지 이 여행기를 통해서 저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는 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려진다. 이 책을 삐딱하게 읽은 나만의 느낌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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