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날 -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소소한 삶이 빛날 때
무엇하나 특별한 것이 없는 일상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서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기대가 큰 만큼 현실에서 만나는 소소한 일상은 멀리 있는 행복에 가려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요즘 들어 청명한 가을 햇살이 그리운 날이 계속된다. 흐린 하늘에 때때로 비까지 내리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가을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 늘 보아오던 하늘이지만 그 하늘에서 느끼는 감정이 매번 다르듯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끔 할 것이다. 무엇을 중심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냐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봄날 꽃씨를 심는 마음은 희망이 함께 한다. 씨앗이 무사히 싹을 내밀고 성장하여 꽃을 피울 날을 소망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씨앗을 뿌리는 마음에는 사랑이 또 함께 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씨앗을 심고 자연의 너그러운 품속에서 자라날 꽃의 미래를 짐작하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꽃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을 바라본다면 이미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세상과 이웃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꽃필날’의 저자 손명찬은 ‘사랑’을 가슴에 안고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에 대해 깊은 철학적 성찰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작가가 찾아내는 사랑은 ‘특별하고 큰’ 무엇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의 따스한 가슴을 전달하고 있는 ‘좋은생각’ 편집인인 작가가 매주 한 번씩 ‘좋은생각’ 홈페이지에 연재한 글과 새로 집필한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꽃필날’이다. 

‘꽃필날’에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만만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던 옛 이야기, 아이가 커가는 동안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담은 마음이 청춘인 사람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변화되는 계절이 주는 신선한 감동을 놓치지 않고 가슴에 담아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이야기들은 봄날 아지랑이를 만드는 따스한 봄볕처럼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함과 함께 희망을 전달해 준다. 아지랑이를 보며 꿈꾸며 따스한 미소를 떠올리듯 말이다. 

작가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런 따스함 뿐만 아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자신을 성찰한 내공이 담겨 있어 때론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가 있다. 아름다운 시든 짧은 산문이든 깊이 읽기를 통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사랑’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꽃필날’에는 이야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매 글의 하단에 짧은 이야기로 본문에 답하거나 이어지는 물음을 던져 놓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봐’,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내 말이 맞지?’, ‘거봐 너도 사랑하고 있잖아?’ 등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 ‘꽃필날’은 이미 완성된 글이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책으로 남을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 책의 어느 페이지를 살피더라도 이런 경험을 확인할 수 있다. 

꽃을 피우는 식물에게 핀 꽃은 그 식물이 절정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대부분 매년 꽃을 피우기에 매해 절정의 시기를 맞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가 꽃필 날일까? 죽는 순간까지 내 인생에서 꽃필 날을 찾는 것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인생의 매 순간이 꽃피는 날이 아닌 날이 없음을 알게 되는 날이 ‘내 인생의 꽃필날’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보다 활짝 핀 삶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람들의 삶이기에 지금 이순간이 사람들에게 꽃필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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