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
역사의 특정한 시기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시각을 달리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그 시대를 주목하면 자신들이 가진 무엇을 읽어버리기라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과거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일제침략 시대는 그럴지도 모른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의 편에 서서 같은 민족을 억압하고 착취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살아 그때 얻은 권력과 부를 통해 오늘도 당당히 살아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과거를 올바로 청산하지 못한 관계로 현실에서 만나는 모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발목이 잡힌 우리는 그것을 알지만 해결할 힘이 없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 힘을 이용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묻어두자고 한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해결되지 못한 과거는 그대로 있을 뿐이다. 해결될 날이 오기를 기대라며 말이다. 

‘아버지의 길 1’은 주인공 김길수의 파란만장한 여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살아남아 아들이 있는 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일본과 소련의 전쟁에서 소련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혔을 때까지만 해도 그 다짐은 현실의 고통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죽고 죽이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전쟁이 주는 인간성 말살을 온몸으로 겪으며 삶의 의미를 잃어가게 된다. 살아남아 조선으로 돌아가 아들을 만나야 한다는 신념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점점 무너진다. 하지만,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돌아가야 할 조선에 있지 않겠냐는 고려인의 이야기에 희미해져 가는 신념을 다시 갖게 된다. 소련군의 일부가 되어 독일과 전투에 참여하면서도 이제는 자신이 돌아갈 조선과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보고 싶고 만나야만 하는 아들과의 대화는 현실을 이겨가는 힘으로 작용하지만 독자들에게는 가슴 아픔을 전해주는 전달자로 등장한다. 전쟁, 죽음, 살인, 조국, 독립 등과 같은 이념은 사라지고 오직 가슴 속에서 울리는 슬픔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아버지의 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다수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터로 끌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죽을 목숨인지 알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사람이 가지는 뜨거운 마음을 나눈다. 권력과 부에서 소외된 그들만이 살아가는 방식일지라도 언제 어느 때나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보여주는 인간성의 발현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최대한의 행복을 구하려는 노력은 인간으로서의 본능이자 권리이자 스스로에 대한 의무야.”라는 외침은 그런 인간이 보여주는 한 측면이 아닐까? 시대의 흐름, 민족의 독립, 전쟁과 같은 상황 속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최대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지만 행복의 가치를 무엇에 두느냐는 사람에 따라 달라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인간의 가치는 바로 자신이 살던 시대의 시대정신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가치를 말살하는 환경에서도 그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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