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조한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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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역사교육을 생각하자
민족이라는 의미가 재정의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때, 민족이라는 의미는 한 국가의 이념에 우선되어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지구촌,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민족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의미가 희석되거나 약화되는 경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민족이라는 개념이 극대화 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것은 한 나라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어질 때가 아닐까 싶다. 

이미 지나간 시간, 그 지나간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다시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흔히들 역사를 보는 것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가기 위해라고 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보고자 하는가이다.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이 결부될 수밖에 없는 이 역사보기는 그래서 그 시각이 중요한 것이리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를 평가하고 편리한대로 이용한다면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객관적이고 타당한 시각이 필요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거울로 삼고자 하는 시각이 제대로 반영된 책이 있다. 조한욱의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이 그것이다. 서양사를 전공한 저자는 서양사의 한 특정한 장면을 가져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모순과 연결시킨다. 저자가 서양사를 공부하며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교하여 찾아낸 것이 ‘야만’이라는 개념이다. 이 야만은 “물리적 폭력과 거친 감정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감각의 야만’이 아닌 “겉으로는 부드러운 말과 함께 포옹을 하면서 뒤에서는 친구와 친지들의 삶과 운명에 관한 음모를 꾸미는” ‘이성의 야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성의 야만’을 담고 있는 중심 키워드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탐욕’, ‘위선과 기만’, ‘강압’, ‘차별’, ‘배신’, ‘몽매’, ‘분노’ 등 7가지 개념이다. 이 개념들을 차용하여 서양사의 에피소드 44가지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의 모습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 시대를 성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르주외젠 오스만의 파리 재건축을 통해 우리의 ‘디자인 서울’을 점검한다. 또한 살라미스 해전에 참전한 아르테미시아 이야기를 통해 ‘천안함 침몰 사건’을 대하는 합동조사단의 ‘모순’과 정부의 ‘다른 의도’를 읽어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나폴레옹의 조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되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 3세의 모습에서 헌정 파괴를 자행한 대통령의 딸을 유력한 대권후보로 지지하는 우리 사회의 ‘몽매’를 이야기 한다. 

인간이 만들어 온 역사는 환경이나 인종,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이 키워드의 공통분모는 권력과 부의 중심인 지배자와 그 반대편에 선 피지배자 사이에 벌어지는 것으로 인간 본연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수천 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책에 담고 있는 저자의 시각은 권력의 편에서 보면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밝히고 있는 모순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만들어 낸 우리의 공통 유산일 것이다. 굳이 저자가 이러한 모순을 드러내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보는 이유를 바로 설명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올바로 성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는 우리 교육현실은 이와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는 것과 같이 한 나라의 존립 근거가 되는 역사교육을 팽개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역사 교과서를 개정해서라도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판국에 그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의 경우 역사를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심히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것이 단지, 안타까움에서 멈춘다면 다행이겠지만 보지 않아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히 보이기에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희망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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